2024년 09월 21일(토)

美 리바이스 꺾고 '국민 청바지' 자존심 지킨 토종 브랜드 '뱅뱅'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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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Facebook 'BANGBANGAPPAREL', (우)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뱅뱅 매장 본점 뱅뱅


국내 청바지 시장 '넘사벽' 1위 지키는 한국 토종 브랜드 '뱅뱅'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청바지 브랜드는 무엇일까.


'리바이스', '캘빈클라인진', '게스', '플랙진', '누디진' 등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청바지 업계 관계자들이 '넘사벽'이라며 백기를 드는 강력한 국내 브랜드가 있다.


1천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국내 1위 청바지 브랜드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토종 청바지 기업 '뱅뱅어패럴'의 '뱅뱅'이다.


'뱅뱅'은 지난 1970년에 시작해 올해로 50년 된 브랜드로, 최근 수년간 꾸준히 1천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압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뱅뱅몰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뱅뱅어패럴'은 지난 2017년 매출 1천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1,146억원의 매출에 비하면 줄어들었으나 영업이익은 63억원에서 증가했다.


전성기 매출만은 못하지만 청바지 시장의 강자 '리바이스'의 부진에 비교하면 순항이라는 평가다.


참고로 '리바이스'를 운영하는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의 매출은 2015년 575억원, 2016년 510억원, 2017년 549억원이다. 특히 2017년 영업이익은 572만원에 그친다.


세계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진입해있는 국내 청바지 시장에서 이렇듯 '뱅뱅'이 압도적인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홈쇼핑 등으로 판매를 다각화한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사이트1988년 뱅뱅 TV 광고 '뱅뱅밴드편' / 광고정보센터


한국인 체형에 맞춘 제품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의류업을 시작한 '뱅뱅어패럴'은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소재 등을 개발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청바지를 내놓았다.


여타 해외 브랜드처럼 기장이 길거나 지나치게 폭을 좁혀 디자인하지 않는다.


또 데님 원단 중에서도 스판덱스 성이 좋은 소재를 고집한다. 잘 늘어나는 소재 덕에 허벅지나 종아리가 굵은 사람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


이러한 편안한 착용감에 소비자들은 '뱅뱅'의 청바지를 멋내기용 뿐만 아니라 일상용으로 입기 시작했다.


인사이트뱅뱅몰


기본에 충실해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


'뱅뱅' 청바지는 유행을 잘 타지 않아 오래 입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젊은 층을 고려해 스키니진, 워싱진, 롤업진 등을 만들어야 하긴 하지만 '뱅뱅'의 상품군을 살펴보면 비교적 유행을 덜 타는 일자핏과 진한 색상 등 기본 스타일 청바지가 주력이다.


이 외에도 면 소재 바지, 체크 셔츠 등 고급이나 최신 유행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 대신 기본 아이템에 초점을 둔다.


최근에는 새로이 기본 아이템으로 꼽히는 구스 다운 경량 조끼와 재킷 등도 내세우고 있다.


인사이트K쇼핑의 지난 2016년 11월 1일 '뱅뱅 남녀 데님본딩팬츠 3종' 판매 방송 화면 / 사진=KTH 제공


여타 브랜드보다 일찍이 홈쇼핑 진출


다른 청바지 브랜드보다 홈쇼핑에 빠르게 진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한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뱅뱅'은 2000년대 후반 홈쇼핑 업계에 진출하며 캐주얼 의류 업계에서 홈쇼핑 브랜드 1세대를 꿰찼다. 그 덕에 '뱅뱅'은 특히나 홈쇼핑 채널에서 높은 매출을 끌어온다.


지난 2011년엔 GS샵에서 판매된 상품을 집계한 결과 '뱅뱅 쿠버스 청바지 3종세트'가 40만개 이상 판매되며 올해의 히트상품 1위에 올랐다. 당시 사측은 "의류가 히트상품 1위에 오른 것은 GS샵 16년 역사상 최초"라고 감탄했다.


또 지난 2016년 11월엔 KTH의 K쇼핑에서 '뱅뱅 남녀 데님본딩팬츠 3종'을 판매해 60분간 주문액 기준 1억원(총 1억1천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는 당시 K쇼핑 방송 사상 최고 주문액을 기록했다.


겨울상품으로 히트를 친 '기모 청바지'와 '남성용 슬림 청바지'에 이어 '남성·여성용 팬츠 3종 세트'는 홈쇼핑업계의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불릴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홈쇼핑용 '청바지 3종 세트' 라인은 6만 9,900원에 판매해 "가성비 좋다"는 입소문을 탔다.


인사이트홈앤쇼핑의 지난 2015년 6월 '뱅뱅 여성 썸머 데님팬츠 3종' 판매 방송 화면 / Youtube 'hnsmall'


'뱅뱅어패럴'이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시절 절반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는 등의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가격을 낮춘 기획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움츠러든 소비자를 공략, 또다시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유이, 박형식 등을 모델로 쓰고 가격대를 낮춰 10~20대를 공략하는 한편, 체형을 가려주고 잘 늘어나는 제품으로 30~50대 소비자 입맛에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 '뱅뱅'이 앞으로는 어떤 신기록을 내세울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