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문화를 바꾼 오뚜기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서민의 '소울 푸드'인 라면 가격을 10년 넘게 올리지 않는 것부터 투명한 상속세 납부까지. 많은 이에게 '착한 기업'이라고 기억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함영준 회장이 이끄는 국내 굴지의 식품 기업 '오뚜기'다.
오뚜기는 'Z세대'부터 20·30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갓뚜기(신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라고 부를 만큼 인기가 좋다.
하지만 오뚜기는 '착한 기업'이기 이전에 이미 여러 가지 식품으로 한국인의 밥상문화를 바꿀 만큼 영향력이 큰 기업이었다.
오뚜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지금까지도 항상 업계 1위를 지키는 오뚜기의 효자 제품 5가지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1. 국내 최초의 카레 '오뚜기 카레'
카레는 원래 먼 나라 인도의 음식이지만, 한국에서 카레는 아주 친근한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카레를 가정집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등 단체 급식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오뚜기에서 카레를 처음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일본 S&B카레 등 외국 카레가 주류였고, 카레는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뚜기는 쌀을 주식으로 먹고, 매콤한 것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카레가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국산 카레 개발에 집중했다.
결국 오뚜기가 20여 가지의 원재료를 알맞은 기간에 알맞은 비율로 숙성하는 비법을 터득해 내놓은 것이 바로 지금의 '오뚜기 카레'가 되었다.
이렇게 탄생해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오뚜기 카레는 출시한 뒤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오뚜기의 효자 상품이다.
2. "케첩 독립 만세"…국내 최초로 '오뚜기 케챂' 출시
전 세계 케첩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하인즈'를 우리나라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 1971년 출시된 '오뚜기 케챂' 때문이다. 처음 출시된 이후로 시장을 굳건히 잡고 있던 '오뚜기 케챂'은 1980년대 외산 제품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뚜기 케챂'은 냉장고에 두고 오래 먹는 사람이 많아 방부제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 제품은 방부제 대신 식초를 사용해 방부 효과와 새콤한 맛을 동시에 잡았다.
또한 제품이 진한 빨간색을 띄는 이유는 토마토의 붉은색을 결정짓는 라이코펜(Lycopene) 함량이 높은 가공용 토마토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편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항산화제로 활성 산소를 억제하고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3. 한국 넘어 러시아 국민 소스로 통하는 마요네즈
마요네즈는 오뚜기가 케첩을 선보인지 1년 뒤인 1972년에 출시됐다. 마요네즈는 케첩과 마찬가지로 집집마다 하나씩 장만하고 먹는 소스로 유명하다.
오뚜기는 처음에 샐러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국내 최초로 자체 기술만을 사용해 마요네즈 제품을 출시했다.
마요네즈는 다른 제품에 비해 온도에 의한 변화나 직사광선, 수송에 따른 진동, 보관방법 등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만큼 민감한 제품이어서 초기에는 생산량보다 반품량이 더 많았다.
오뚜기는 품질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지난 1984년 기존 마요네즈를 고급화한 '오뚜기 골드 마요네스'를 선보였고 현재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튜브형 제품을 출시했다.
오뚜기의 마요네즈는 현재 해외로도 수출하는 대표 상품이다. 특히 러시아에서 오뚜기 마요네즈는 '노란뚜껑 마요네즈'로 통하며, 지난 2013년에는 시장의 70% 이상을 오뚜기가 점유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4.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 연 오뚜기 '3분 카레'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급격하게 떠오르는 시장이 있다. 바로 가정간편식 시장이다. 지난해 가정간편식 시장의 규모는 4조원대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1981년 '3분 요리'라는 브랜드로 레토르트(방부제 사용 없이 상온보존이 가능하게 만든 식품) 카레를 선보였다.
출시된 해에만 400만 개가 팔릴 만큼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맛있는 카레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순한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렸기 때문이다.
3분 카레의 대박에 오뚜기도 덩달아 성장했다. 1979년 처음으로 매출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이후 2년만인 1981년에 216억원을 기록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오뚜기는 1982년에 '3분 짜장', '3분 쇠고기 짜장'을 출시한 데 이어 꾸준히 가정간편식을 출시했다. 지난 2016년에는 현지의 맛을 살린 '인도 마크니'·'태국 그린' 3분 카레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5. 그냥 먹어도, 육수로 사용해도 맛있는 '사골 곰탕'
간편 사골곰탕 제품도 지난 1998년 오뚜기가 최초로 선보였다. 사골곰탕은 손이 특히 많이가고, 조리 시간이 긴 것이 특징인데, 이 제품은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따뜻하게 데워 그냥 먹어도 맛이 좋고 각종 전골의 육수로 사용하기에도 간편해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전체 레트로트 국물 요리 시장은 400억원 규모였다. 시장의 반 정도를 상온 곰탕이 차지했는데, 상온 곰탕 시장에서 오뚜기가 90% 점유율을 기록했다.
사골곰탕 외에도 오뚜기는 옛날 육개장, 옛날 설렁탕, 옛날 도가니탕, 옛날 갈비탕 등은 물론 냉장 제품(국, 찌개) 역시 출시해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해 먹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