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글로벌 회사 인수한 '국뽕' 한국 기업 4곳

 

인사이트(좌) MCM 공식 홈페이지 / (우) 휠라 '디스럽터2', Instagram 'filaph'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글로벌 본사를 흡수한 한국지사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의미의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보통 스승에게서 배운 제자의 실력이 스승을 넘었을 때 쓰는 표현인데, 이 말에 아주 잘 어울리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로 시작해 뛰어난 운영 능력으로 거대한 성장을 이루고 본사를 인수한 기업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푸른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국내 기업 네 곳을 소개한다.


1. 차(茶)계의 스타벅스를 꿈꾼다…'공차 코리아'


인사이트(좌) Facebook 'GongCha.Korea' / (우) 사진 제공 = 공차코리아


'버블티'는 밀크 티, 블랙 티 등 차에 타피오카 펄을 넣어 먹는 음료다. 버블티 하면 고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공차다.


공차는 지난 2006년 대만 가오슝에서 출발한 글로벌 차 음료 전문 브랜드다.


지난 2012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여진 공차 코리아 전 대표는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에 갔다가 공차의 맛을 보고 반해 집을 담보로 놓고 공차 대만 본사와 1년간 협상해 국내 판권을 따냈다.


공차는 홍대에 1호점을 연 이후 당시 커피 중심이던 디저트 시장에 '버블티 열풍'을 일으켰다. 


이후 김여진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에 공차코리아 경영권을 넘겼다. 김 전 대표의 공차코리아 지분 65%는 약 340억원에 매각됐다.


인사이트Instagram 'gongcha.official'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공차 코리아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150여개였던 공차의 국내 매장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직영점보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심으로 확장했다.


지난 2013년 279억원이었던 매출은 성장을 거듭해 2016년 530억원으로 늘었다. 


공차코리아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마침내 대만 본사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할 당시 공차 코리아 매장 수는 360여개로 본사를 인수하면서 전 세계 18개국 1,380여개 매장을 확보하게 됐다.


본사를 인수하면서 공차 코리아와 RTT(로열티타이완, 공차 대만 본사)의 매출액이 모두 상승했다.


또한 공차 코리아의 100% 자회사인 공차 재팬의 매출도 지난 2016년 2,212만원에서 2017년 9억6,809만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한국 기업의 운영 능력을 널리 알리게 됐다.


2. 2대에 걸친 뛰어난 경영 능력 통해 성공한 '휠라 코리아'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휠라는 지난 1911년 이탈리아의 필라 형제가 창업한 의류 브랜드다. 휠라는 출시 당시 속옷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러던 중 지난 1972년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가 휠라를 인수하면서 휠라는 단순한 의류 브랜드가 아닌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났다.


휠라는 1980년대에 들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침체기였던 휠라가 윤윤수 휠라 회장을 만난 것이다. 


화승에서 일을 배운 후 종합무역상사를 차린 윤 회장은 휠라가 운동화를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 회장은 미국 휠라 신발 판권을 가진 호머 알티스를 설득한 끝에 한국 신발에 휠라 상표를 붙여 미국에서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인사이트(좌) 윤근창 휠라코리아 사장, 사진 제공 = 휠라코리아 / (우) 휠라 '디스럽터2', Instagram 'filaph'


미국 휠라에서 의류 매출보다 신발 매출이 많아지면서 이탈리아 본사는 윤 회장을 주목했고, 지난 1991년 휠라 코리아가 설립될 때 그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윤 회장은 회장 취임 첫 해 휠라 코리아를 매출 15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데 이어 2000년에는 매출 1,470억원을 기록해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스포츠웨어를 개발한 결과였다.


성장을 거듭하던 휠라코리아는 지난 2007년 부도위기에 빠진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또한 인수 당시 엄청난 적자를 보던 휠라를 지난 2010년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운영 능력을 뽐냈다.


휠라는 다른 브랜드에 밀리며 고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윤 회장의 아들인 윤근창 대표가 경영을 맡고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을 펼치면서 다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최근 휠라는 연이은 성공으로 국내 패션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3. 스무디를 한국에 소개한 스무디킹 코리아


인사이트김성완 스무디킹홀딩스 대표


스무디킹은 지난 1973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 탄생한 건강 음료 전문점이다.


스무디는 스무디킹 창립자인 스티브 쿠노가 10대 때부터 앓아온 저혈당과 피부 트러블 알레르기를 고치기 위해 과일에 다양한 영양소를 첨가해 만든 기능성 과일 음료다. '스무디'라는 이름도 그가 붙였다.


김성완 스무디킹홀딩스 대표는 지난 2002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스무디킹 본사에서 창립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쿠노를 꾸준히 설득해 2003년 결국 판권을 들여오는데 성공했다.


스무디킹이 한국에 들어올 당시는 한국인들이 스무디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스무디킹은 시음 행사 등을 펼치며 스무디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스무디킹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 2008년 국내 매장수 42개밖에 없던 매장 수가 2012년에는 140여 개로 늘어났다.


인사이트(좌) Facebook 'Smoothie King Korea' / (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뉴스1


특히 명동에 있는 스무디킹 1호점은 지난 2005년 전 세계 스무디킹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무디킹이 미국 시장을 키우는 데 전념하면서 지난 2011년부터 스무디킹 코리아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 2015년 신세계푸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주도로 스무디킹 코리아 지분을 전량 인수해 한국과 베트남 사업권을 따냈다.


최초 계약 기간인 10년 동안 국내 스무디킹의 모든 사업은 신세계푸드에서 담당한다. 기존의 스무디킹 코리아는 스무디킹홀딩스로 상호를 바꿔 해외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신세계푸드는 메뉴를 다양화하고 매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신세계푸드는 신세계의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동안 적자의 늪에 빠졌던 스무디킹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4. 위기를 이겨내고 패션 피플의 '필수템'이 된 'MCM'


인사이트(좌) Instagram 'mcmworldwide' / (우) MCM 공식 홈페이지 


MCM은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1976년 설립된 'MCM'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로 한때 전 세계 '패피'(패션피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다양한 중저가 브랜드에서 많은 제품을 쏟아냈고, MCM은 기존의 스타일을 답습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MCM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1990년대 구찌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따낸 성주그룹은 한국을 구찌 매출 5위 시장으로 끌어올리면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성주그룹이 국내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MCM의 라이선스 권리를 따내면서 MCM 본사를 설득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외환 위기가 한국을 덮치면서 수많은 명품 브랜드와의 판매권 계약이 끝나고 성주그룹의 손에는 MCM만 남게 된다.


인사이트Instagram 'mcmkorea_official'


이후 지난 2005년 MCM의 독일 본사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보던 성주그룹은 지난 2005년 MCM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성주그룹은 인수 후 제일 먼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130여개국에 진출한 MCM 매장을 지난 2006년까지 모두 닫았다. 이후 아디다스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미셸스키(Michael Michalsky)를 영입했다.


1년 동안 내부 정비에 집중한 MCM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에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했다.


적당한 가격에 명품의 세련미를 갖춘 MCM은 다시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MCM은 입소문을 타고 한국의 패션피플은 물론 연예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중국 사람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MCM은 현재 40여개국에 500여개의 판매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브랜드 최초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책임자(Globl Creative Officer)로 독일 출신 디자이너 디르크 쇤베르거(Dirk Schönberger)를 발탁했다. 


쇤베르거는 MCM의 브랜드 통합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주도해 선보일 예정으로, 브랜드 DNA와 정신을 새롭게 해석해 MCM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하면서 정통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이트Instagram 'mcmworldw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