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혼전순결이라는 여자친구를 8년간 지켜줬는데, 그녀가 교회 오빠와 바람이 났습니다"
21살, 한창 불타오르던 때 한 여자를 만났다. 너무도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에, 덜컥 사귀자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게 "나는 혼전순결주의자야. 지켜줘야 해"라고 말했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포옹했다. 그녀는 내게 사랑을 알려줬다. 잘못을 많이 하는 나를 보듬어주기도 많이 보듬어줬다.
잠자리를 가져보려고 했지만, 완강했다. 키스보다 더 진도를 나갈 수는 없었다.
"우리 결혼하면..."이라고 거절하던 그녀. 언제부터인가, 나를 보는 눈빛에서 감정이 보이질 않았다. 따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차가움만 있었다.
간만에 맥주 한 병을 나눠마신 뒤 데려다주는 길에 그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나, 다니는 교회 오빠와 와인 한 잔 마시고 섹스했어. 와인 때문에 어지러워서 벽에 기댔는데 키스를 하더라고. 그게 싫지 않았어"
그렇게 나와 그녀는 8년간의 연애에 종지부가 찍혔다. 그녀는 내게 "너는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거야"라는 말 한마디만 남겼다.
너무 억울해 장문의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카카오톡 메시지도 보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그저 '읽씹'이었다. 전화도 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카톡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웃고 있었다. 놀이공원 속에서 바람을 맞은 그녀의 머릿결도 휘날리고 있었다.
멘탈이 무너져버려 회사도 그만뒀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자취방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뿐. 먹는 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아 이틀에 한 끼 먹으면 잘 먹는 거였다.
그런데, 며칠 전. 일주일 전만 해도 웃고 있던 그녀가 울면서 전화했다.
"그 바람둥이 새X. 없애버려야 해. 개X끼, 나쁜 새X. 다 필요 없어!"라는 말만 혼자 토해내더니 전화를 뚝 끊었다.
혼란스럽고 또 흔들린다. 그녀 생각에 미칠 것만 같다. 가만히 있던 심장도 다시 뛴다.
위 사연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8년 사귄 '혼전순결' 여친이 교회 오빠와 바람이 났다가 최근 다시 깨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여자친구가 8년 동안 허락지 않던 것을 단 하루 만에 다른 남자에게 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반응을 끌어냈다.
또한, 사람과 사람이 신뢰를 쌓아온 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점도 관심 포인트가 됐다. 게다가 그 여자친구를 유혹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다시 났다는 점은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연의 주요 포인트는 A씨가 여자친구를 그리워한다는 점이었다.
A씨는 "여자친구한테는 너무 배신감도 들고 화도 나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면서 "불쌍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친구'라는 분명한 단어를 사용했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는 A씨에게 수많은 누리꾼은 8년의 세월을 잊을 때가 됐으니, 멘탈을 빨리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시작해도 끝이 보이는데 갈등하는 그를 보고 안타깝다는 반응도 터져나왔다. 실연의 극복은 현실 인정이라는 조언이 이어졌고, 정신과를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정말 용서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미련이 남은 건지. 처참함에 사로잡혀 섣불리 생각하기보다는 조금은 냉정을 되찾고 다시 생각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