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자동차를 유난히 사랑하는 한국 운전자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세계적 도료 업체 액솔타(Axalta)의 '2017년 세계 자동차 컬러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자동차 3대 중 1대(32%)는 흰색이었다.
흰색 다음으로 우리나라 운전자가 선호하는 색상은 회색(21%), 검정(14%), 은색(11%) 등 '무채색 계열'로 조사됐다.
이처럼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무채색, 그 중에서도 '흰색' 자동차를 사랑한다. 도로에서 흰색 아반떼, 티볼리, 벤츠, 포르쉐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혹자는 자동차 색깔이 화려한 서구권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자동차 컬러는 매우 심심하다. 개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튀기 싫어하고 무난함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특성
하지만 무채색 계열을 '픽(Pick·선택)'하는 이유는 튀기 싫어하고 무난함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으로, 무난하다고 해서 개성이 없다고 치부하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무채색에도 '취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흰색은 가볍고 깨끗한 이미지로 젊은층이 선호하고, 흠집과 먼지가 잘 보이지만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검정색은 중년층이 선호한다. 세차를 자주 하지 않아도 티가 안 나는 은색의 경우 가족 단위가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동차를 살 때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고려되는 자동차 색깔.
그런데 이 자동차 색깔이 중고 거래 가격, 사고율, 연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먼저 중고 거래 가격의 경우 수요가 많은 흰색과 검정색은 비교적 빨리, 높은 가격에 팔리는 반면 톡톡 튀는 유채색은 팔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더 낮게 책정된다. 앞서 설명한 '한국인의 특성'이 가장 큰 이유다.
이어 연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색깔, 중고 거래 가격, 사고율, 연비에 영향 미쳐
전문가들은 자동차 연비를 고려한다면 검정색보다 흰색 자동차를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바로 자동차 내부 온도 때문이다.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은 5~20%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햇빛을 반사하는 흰색 자동차는 태양열을 잘 흡수하는 검정색에 비해 실내 온도가 낮아 5% 정도 연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 한 실험에 따르면 외부 온도가 36도일 때 검은색 자동차 지붕은 83.3도, 흰색 자동차는 54.4도를 기록했다.
물론 겨울에는 검정색 자동차가 유리하겠지만 히터의 연료 소모율이 에어컨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 유리한 흰색 자동차가 더욱 경제적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색깔에 따라 사고율에도 차이가 난다.
어두운 야간에는 눈에 잘 띄는 흰색이나 회색이 검정색 자동차보다 사고율이 낮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낮에 사고가 덜 나는 자동차 색깔은 따로 있다.
통학 버스 대부분이 '노란색'인 이유
색에는 실제보다 작고 멀게 보이는 '후퇴색'과 크고 가깝게 보이는 '진출색'이 있는데, 한 논문에 따르면 운전자가 후퇴색을 가진 차량이 실제보다 멀리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차간 거리가 짧아 급정거할 때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반면 진출색은 같은 위치의 배경보다 돋보이고 크게 보여 사고 위험이 떨어진다.
때문에 대표적인 후퇴색인 파랑색 자동차은 사고율이 높고, 진출색인 빨강색이나 노랑색 계열의 자동차는 사고율이 비교적 낮다.
어린이집 버스, 유치원 버스, 학원 버스 등 어린이들이 탑승하는 통학 버스 대부분이 '노란색'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