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세계적인 면도기 제조 업체 '질레트'가 최근 공개한 신규 광고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존의 남성성을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고 지적하면서 '올바른 남성성'이 무엇인지 묻는 내용을 담아 많은 남성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질레트는 지난 13일 공식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믿는다(We Believe:The Best Men Can Be)'라는 제목의 새 광고를 공개했다.
해당 광고는 기존의 남성성을 '해로운 남성성'이라고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남성성을 '해로운 남성성'이라고 지적
1분 48초 분량의 광고는 미투 운동과 왕따 관련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이어 여성을 성희롱하거나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방관하는 남성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후 광고 속 내레이터는 '사내 애가 다 그렇지(Boys will be boys)'라는 표현에 대해 "이것이 남성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숨을 수 없다. 그것은 너무 오랫동안 계속됐다. 똑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웃으며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여성을 성희롱하려는 남성을 제지하는 또 다른 남성과 아이들의 싸움을 막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뒤 오랫동안 사용한 기존 광고 문구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The best a man can get)'에서 '남자가 될 수 있는 최고(The Best Men Can Be)'처럼 남성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자가 될 수 있는 최고(The Best Men Can Be)'
사실상 해당 광고가 소비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왕따', '성희롱', '폭력' 등에 남성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교육해 지금의 현실을 변하게 하는 게 '올바른 남성성'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질레트의 새 광고가 공개된 후 주요 소비층인 남성들이 크게 분노했다. 전 세계의 모든 남성을 '유해한 남성성을 가진 존재'로 그렸다는 게 그 이유다.
"남성 전체를 악당으로 만들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를 보면 남성 누리꾼들은 "페미니스트 광고다", "남성 전체를 악당으로 만들었다. 우린 악당이 아니다", "올바른 여성성이 무엇인지 묻는 영상을 만들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광고가 공개된 유튜브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2,2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한 가운데 좋아요 60만, 싫어요 110만의 반응이 나왔다.
광고를 향한 비판 여론은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boyswillbeboys #gillette #boycottgillette #USA #Freedom #AmericaFirst #MyPresident #tr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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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BoycottGillette, #GilletteFail 등의 해시태그가 붙여진 광고를 비판하는 글, 질레트 제품을 버리는 사진이 게재되고 있다.
또 미국 배우 제임스 우즈(James Howard Woods)와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Piers Morgan) 등 유명인들도 비판 글을 올리며 질레트 제품 불매 의사를 밝혔다.
특히 피어스 모건의 경우 해당 광고를 놓고 영화 '아쿠아맨'에 출연한 배우 앰버 허드(Amber Laura Heard)와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I've used @Gillette razors my entire adult life but this absurd virtue-signalling PC guff may drive me away to a company less eager to fuel the current pathetic global assault on masculinity.
— Piers Morgan (@piersmorgan) 2019년 1월 14일
Let boys be damn boys.
Let men be damn men. https://t.co/Hm66OD5lA4
한편 찬성 여론, 즉 질레트 새 광고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매우 잘 만든 광고다. 반대 목소리가 크다는 건 유해한 남성성이 만연하다는 증거", "남성들이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광고를 계기로 미투 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질레트 새 광고를 놓고 찬반 여론이 뜨겁게 맞붙고 있는 가운데 질레트 측은 "이번 광고는 남성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건강한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며 "광고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