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어릴 적 집마다 한개씩 다 있던 '국민 볼펜' 모나미의 흥미로운 사실 5

인사이트(좌) 모나미 '153 볼펜' 초창기 신문 광고, (우)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모나미 본사 건물 / 사진 제공 = 모나미


55년째 꾸준히 판매되는 모나미의 '153 볼펜'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회사는 물론, 동사무소, 교회 등 국내에서라면 오히려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든 물건이 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이것을 쓰는 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문구 제조·사무용품 유통서비스 기업 모나미가 지난 1963년 5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153 볼펜'이다.


흰색 육각 몸통에 검은색 머리가 매력적인 '153 볼펜'은 여느 가정에서나 한두 개쯤은 가진 대중적인 제품이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문구산업이 사양으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53 볼펜'은 하루에 약 15만 자루, 연간 1억 자루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monami1960'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하며 고급화 전략으로 각종 SNS에 꾸준히 언급돼 '제2의 전성기'까지 맞은 모나미.


실제로 지난 15일 오후 4시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모나미'를 검색하면 4만 3천여 개, '#모나미볼펜'을 검색하면 4천여 개의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다.


과연 명실상부 '국민 볼펜'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153 볼펜'. 이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살펴봤다.


1. '153' 이름의 뜻


인사이트(좌) 모나미 '153 볼펜' 출시 20주년 기념 신문 광고, (우) 모나미 '153 볼펜' 출시 26주년 기념 신문 광고 / 사진 제공 = 모나미


'153 볼펜'의 이름이자 하얀색 육각 몸통 한가운데 각인된 '153'의 의미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모나미에 따르면, 앞의 '15'는 판매가 15원, '3'은 모나미(당시 광신화학공업)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뜻이다.


또 '153 볼펜' 개발을 진두지휘한 송삼석 모나미 회장은 회고록 '내가 걸어온 외길 50년'에서 "153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해 따르면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숫자였다"고 작명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 11절에는 베드로가 예수님의 지시대로 그물을 던졌더니 153마리의 물고기가 잡혔다는 내용이 있다.


참고로 '153' 앞 각인된 회사 이름 '모나미'는 '나의 친구', '0.7'은 펜촉 굵기가 0.7mm라는 의미다.


2. 대형 '153 볼펜'이 달린 본사 건물


인사이트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모나미 본사 건물 / 사진 제공 = 모나미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모나미 본사 건물에는 '153 볼펜'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해당 조형물은 15m이며, 지난 2012년에 출시 50주년인 이듬해를 기념해 설치한 700kg짜리 옥외 광고물이다.


현재 이 조형물 덕에 본사 건물이 지역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3.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153 볼펜'


인사이트'153 Fisherman' 모델 / 사진 제공 = 모나미


이탈리아 로마교황청의 바티칸 박물관에는 모나미 볼펜이 전시돼 있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모나미는 교황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헌정펜 '153 Fisherman(피셔맨·어부)'을 특별 제작했다.


기획에서부터 수작업 공정까지 약 100일간의 제작 기간 끝에 완성됐으며, 해당 펜은 그해 8월 11일 교황 방한 준비 위원회를 통해 공식 전달됐다.


인사이트'153 Fisherman' 모델 / 모나미


해당 볼펜에는 그물로 물고기를 낚는 어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담아낸 듯 새겨져 있으며, 앞서 설명한 성경 구절에 착안했다.


또 볼펜의 몸체는 순은으로 제작되고 백금 도금으로 마감처리를 했으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라믹 공정을 선택했다.


특히 까다로운 세라믹 공정은 대한민국 고용노동부에서 2013년도 보석·금속공예 명장으로 선정한 40년 경력의 손광수 명장의 손길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 모나미몰에서 200만원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4. '저렴'한 가격 유지…시대 물가 대비 오히려 값은 내려간 셈


인사이트모나미 '153 볼펜' 초창기 신문 광고 / 사진 제공 = 모나미


'153 볼펜'은 지난 1963년 출시 당시 15원에 팔렸으며, 당대 서울 시내버스 요금과 신문 한 부 값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전쟁 후유증으로 국민은 먹고살기조차 힘든 상황, 이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55년이 흐른 지금도 모나미 볼펜 한 자루는 300원이다.


현재는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현금 1300원, 가판대의 신문 한 부 값이 800~1천원이니 '153 볼펜'은 상대적으로 값이 내려간 셈이다.


5. 50주년 한정판 '모나미 153 리미티드 에디션'의 품귀현상에 치솟은 중고가


인사이트'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 모델 / 사진 제공 = 모나미


모나미는 지난 2013년 '153 볼펜'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 '모나미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정식 명칭은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이며, 소비자가 2만원으로 1만 개 한정 제작됐다.


해당 에디션은 출시 1시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고, 품귀현상으로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그 여세를 몰아 모나미는 이후 '153 아이디', '153 네오', '153 블랙 앤 화이트' 등 고급 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오랜 기업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트렌디하게 변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