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무언가 '혁신'이 필요한 커피빈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스타벅스가 '별다방'으로 불린다면 커피빈은 '콩다방'으로 불린다. 정식 명칭은 '더 커피 빈 앤 티 리프(The Coffee Bean & Tea Leaf)'.
커피빈은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네바다 주 등 일부에만 있는 지역 체인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는 브랜드 평판에서 스타벅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다.
지난 5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커피빈은 177만 3,694의 브랜드 지수로 2위를 기록했다. 참여, 소통, 미디어, 커뮤니티, 소셜 등 다양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커피빈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 2017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감소한 6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005년 15.5%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어 최근 5년 평균 5.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서 매년 20~30%를 웃도는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을 올리는 스타벅스와 상반된 분위기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제 커피빈을 잘 찾지 않는 이유는 뭘까.
1. 시그니처 메뉴 부재
스타벅스 '자바칩 프라푸치노', 할리스 '바닐라 딜라이트', 이디야 '토피넛 라떼', 달콤커피 '허니큐브' 등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자사를 대표하는 메뉴가 꼭 한 가지 이상 있다.
많은 소비자가 그 카페에만 있는 대표 메뉴를 먹기 위해 해당 브랜드를 방문하는 것도 다반사다.
하지만 "커피빈은 뭐가 유명해?"라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커피 전문점에서 특별한 메뉴가 없다는 것은 경쟁력과도 연관된다. 집 앞에 커피빈 매장이 있지 않는 이상 굳이 찾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후보로 거론되는 건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라떼, 바닐라 라떼 정도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고 소비자는 느낀다.
2. 애매한 가격
이디야는 저렴한 가격으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했고 스타벅스는 비싸지만 확실한 서비스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커피빈은 평균적인 가격대가 스타벅스보다 조금 높고 폴바셋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몰 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 4,800원, 카페라떼 5,300원, 캐러멜 마키아또 6,300원이다.
얼음을 갈아 만드는 스무디 음료 '아이스 블렌디드' 시리즈는 6,500~6,800원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큰 사이즈(레귤러) 음료를 주문하면 모카‧바닐라 블렌디드 등을 제외하고 7천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커피빈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가격을 두 번 이상 올렸다. 지난해 2월 4,500원이던 아메리카노가 4,800원으로 인상되는 등 일부 음료값이 6~7% 높아졌다.
3. 수도권에 집중된 점포
"우리 동네, 아니 우리 지역에는 커피빈 매장이 한 곳도 없어요", "선물 받은 커피빈 기프티콘을 사용할 수 없어요."
커피빈 매장을 찾을 수 없다는 소비자의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빈은 지난 2015년 234곳, 2016년 254곳, 2017년 288곳, 2018년 296개 등 매년 점포 수를 늘리고 있지만 유독 수도권에만 신규 매장을 출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매장 296개 중 서울‧경기 지역 매장만 272곳에 달한다. 경상도에는 17곳이 영업 중이고 강원도와 충청도는 한 자릿수, 제주도에는 아예 없다.
게다가 유일한 전라도 매장 '광주전남대앞점'도 지난해 철수했다. 수도권 거주자나 직장인을 제외한 '지방러'에게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4. 커피만 집중
지난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언급했다.
당시 나 대표는 "별다방이 콩다방보다 성공한 이유가 있다. 콩다방은 커피에만 집중했지만 별다방은 라이프 스타일을 같이 팔았다"고 말했다.
한 정치인이 정당 회의에서 커피 체인점을 거론한 것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리 있는 이야기다.
스타벅스는 친절한 응대와 다양한 음료 사이즈와 사이렌 오더, 구매력 높이는 MD 제품(다이어리‧텀블러)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이름을 불러주는 서비스로 호평받았다.
기계적인 진동벨 아닌 고객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주면서 고객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소비자들의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스타벅스는 그 점을 아주 훌륭히 활용해 성공했다. 반면 커피빈은 '커피만' 고수해 소비자의 습관이 되지 못했다.
이제 커피빈은 브랜드 평판을 올리는데 집중하기 보다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