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여금 매달 나눠주는 쪽으로 취업 규칙 변경"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현대자동차가 최저 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임금 인상 대신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가 반대 의사를 밝혀 합의 도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노조에 상여금을 매달 나눠주는 쪽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는 현재 매년 기본급의 750% 정도에 해당하는 상여금 일부(600%)를 2개월에 한 번씩 나눠주고 나머지를 연말에 일괄 지급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취업 규칙 변경을 통해 12개월로 분할해 '월급'처럼 주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노조 "받아들일 수 없다. 기본급 올려라"
사측이 취업 규칙 변경에 나선 이유는 최저 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돼 올해부터 법정 주휴 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 시간)이 최저 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 전 소정 근로 시간만 적용했을 때는 최저 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월 174시간이었지만 개정 후에는 법정 주휴 시간을 포함한 월 209시간으로 바뀌었다.
현대차 직원의 월 기본급은 법정 주휴 수당을 포함해 160만원 정도로 기준 시간을 월 174시간으로 하면 시간당 9,195원이다.
그러나 기준 시간을 월 209시간으로 바꾸면 시간당 7,655원으로 떨어져 올해 최저 임금(8,350원)을 위반하게 된다.
평균 연봉이 9천만원대인 현대차의 직원 6천여명 임금이 올해 최저 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사측은 상여금 지급 시기를 매달 1회로 조정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최저 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므로 최저 임금 계산 때 따지는 월별 임금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상여금을 분할 지급하는 대신 그만큼을 기본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취업 규칙 변경은 사측 권한이지만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가만히 있으면 임금 올라가는 노조 입장에선 사측 제안 받아들일 이유 없어
노사 단체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는 노동 조합법에 따라 사측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변경을 추진해도 단협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업 규칙 변경을 위해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가만히 있으면 임금이 올라가는 노조 입장에선 사측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측은 올해 첫 임금이 지급되는 이달 25일까지 노조를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현대차가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저 임금 기준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9만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추가 인건비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2019년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는 또 '자기 배불리기'에만 혈안이 됐다"며 "노조가 사측에 상생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상생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안 그럼 '배부른 귀족 노조'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 역시 최저 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최점 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이 1천여명 발생한다.
기아차는 통상 임금 소송을 계기로 임금 체계 개편 협의를 이전부터 진행해왔으며, 여기에 최저 임금 문제까지 포함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