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군대서 석면 작업하다 폐암에 걸린 유호철 대위는 사망한 뒤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게 됐다"

인사이트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군에서 지속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후, 폐암으로 지난 2018년 3월에 사망한 故 유호철 대위의 국가유공자 요건이 인정됐다.


유 대위가 세상을 떠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최근 서울지방보훈청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에 의거 유 대위가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유가족 측에 통보하였다. 


보훈처는 상이등급 판정 심사와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후 보훈관서(서울지방보훈청)에서 유 대위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까지는 약 1~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석면과 천장 마감재 / KBS


앞서 약 7년간 통신장교로 근무했던 유 대위는 일주일에 최소 1회, 최대 4~5회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를 뜯고 선로 설치 및 보수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보건기구(WTO) 지정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에 오랜 시간 노출된 유 대위에게는 어떤 석면 보호 장비도 지급되지 않았으며, 석면의 위험성에 따른 경고나 안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유 대위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의병 제대했다. 하지만 군은 석면 때문에 폐암에 걸린 것이 아니라며 상이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인사이트생전 닉네임 '작전주식의신' 닉네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유 대위 / 온라인 커뮤니티


석면으로 인한 폐 질환은 보통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유 대위의 경우는 기간이 짧다는 이유였다. 


이에 국방부를 상대로 '상이연금 지급거부 취소 소송'을 낸 유 대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지난 2017년 6월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두 번에 걸쳐 국가유공자 신청을 기각했고, 유 대위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지난해 3월 눈을 감고 말았다.   


인사이트지난해 6월 SBS 보도 내용 / SBS '8뉴스'


유 대위가 숨진 뒤에는 유족 측이 유 대위의 싸움을 이어갔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해 5월 보훈처는 요건 심사 재심의 결정을 내렸고, 12월 19일 보훈심사회의를 통해 '국가유공자(공상군경) 해당'으로 최종 의결했다. 


이 대위 유족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번 서울지방보훈청의 결정은 지난 2016년 유 대위의 국가유공자 신청이 인용되어, 그동안의 급여·사망 보험금 등이 소급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유 대위가 국가유공자로 최종 결정될 경우 국립묘지에도 안장된다. 


변호인은 "모든 것을 당사자가 준비해야 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유 대위처럼 미리 준비한 사람이 아니면 인정받기 어렵다"라며 "군인들에 대해서는 보훈처에서 전향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