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현경 기자 =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제각각 다른 유형의 '갑-을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의 마음을 저울에 달았을 때 완벽히 수평을 이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연인 관계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처음에는 아무리 서로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자부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때 대개 더 사랑받는 사람이 '갑'의 위치에,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분명히 연애 초기에는 내가 더 사랑받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상대방을 더 좋아해서 '을'이 됐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연애에서 '을'임을 느끼게 만드는 순간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다.
1. 상대방이 초조해하지 않을 때
바빠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는데 상대방이 내 연락을 기다리지 않았을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상대방이 화도 내지 않고 초조해하지도 않을 때.
더 이상 나한테 관심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내가 더 초조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게 된다.
2. 더 이상 상대방이 내 앞에서 예쁜 말 쓰지 않을 때
연애 초기에는 서로 입버릇을 조심하곤 한다.
친구들 앞에서 말할 때처럼 비속어를 쓰지 않도록 신경쓰고 예쁜 목소리를 들려 주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서 비속어를 쓰고 목소리도 가다듬지 않는 상대방을 보면서 '더 이상 나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3. 데이트할 때 나만 꾸미고 나갈 때
평소와 같은 데이트지만 항상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오랫동안 옷을 고르고 향수도 뿌리고 머리도 예쁘게 손질해서 나갔는데, 마치 집 앞에 나온 것처럼 후줄근한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 김이 빠진다.
몇 시간 동안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한껏 꾸미고 나온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4. 상대방이 내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 말만 할 때
연애 초기에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설명해 줘도 좋아하는 사람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어 대화가 좀처럼 끊기지 않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나에게 궁금한 게 없어진 듯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상대방을 보면 서운함이 밀려온다.
5. 나만 웃고 있을 때
아직 연인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즐거워 작은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하나에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잘 웃는 사람이 나와 함께할 때에는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면 그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별 거 아닌 말에도 환하게 웃는 내 앞에서 억지 웃음을 지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내가 완벽한 '을'임을 직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