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 총파업 예정대로 진행되나상당한 고객이 거래에 불편 느낄 것으로 전망돼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경기도 모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김갑수(47) 씨는 요즘 걱정이 부쩍 많아졌다.
주거래 은행인 KB국민은행이 김 사장의 걱정 대상이다. '귀족 노조'로 불리는 KB국민은행 노조가 당장 내일(8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 거래에 불편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총파업이 하루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걱정거리다.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하루짜리 경고성 총파업을 시작으로 이달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2차 파업에 돌입하고, 순차적으로 5차 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이 거점점포와 영업시간 연장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일부 영업점 업무가 중단되면 상당한 고객들이 불편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노사, 이날 오전부터 다시 협상 전개 노조, 협상 결렬되면 계획대로 8일 총파업 진행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가 오는 8일 '총파업'이란 초강수를 둔 가운데 노사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과 노조는 지난 6일 새벽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협상을 마쳤다.
그리고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다시 협상을 전개한 상태다. 만일 이날까지도 협상이 결렬되면 노조는 계획대로 총파업을 진행한다.
노조는 이날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사전 밤샘 집회를 개최한 뒤 익일인 8일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경영진, 노조 총파업 예고에 '사직서' 제출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 요구' 수용할 수 없어
예정대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KB국민은행 경영진 총 54명이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김남일, 서남종, 오보열, 이계성 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 18명과 본부 본부장 11명, 지역영업그룹대표 25명 등 총 54명은 총파업으로 인해 은행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뜻이 담긴 사직서를 지난 4일 허인 KB국민은행장에게 일괄 제출했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경우 은행 영업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허인 은행장이 사표 수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국민은행 전 경영진이 사직서라는 강수를 둔 배경은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측은 총파업에 이르게 된 부분에 대해 경영진들이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사 갈등 핵심 원인 '성과급'과 '피복비' 지급 등의 쟁점
KB국민은행 노사가 각을 세우게 된 원인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됐다.
노조는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통상임금의 3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조는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페이밴드,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100만원 지급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측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성과급 지급의 기준을 자본이익률(ROE) 10%로 삼자고 제안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극적 타협 이뤄낼 수 있을까
KB국민은행 노사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노조 측에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그도 그럴 것이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7년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고객들의 불편을 볼모로 잡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만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상이 결렬된다면 대출상담, 노인 고객 업무처리, 거액 이체 등 기존 은행 업무의 운영 차질은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객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