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어 '제2의 전성기' 누리는 톰보이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평소 자신의 몸집보다 약간 큰 '오버사이즈 핏'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톰보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에 집중하는 '톰보이'는 1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아우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톰보이가 누리는 지금의 인기는 사실 과거에 이어 다시 한 번 재현된 '제2의 전성기'라는 사실이다.
2010년 부도 나면서 급격히 내리막길 걸어
톰보이는 1977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1990년대 전무후무한 히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숱한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던가. 톰보이는 2006년 창업주인 고(故) 최형로 회장이 별세하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0년 결국 부도를 맞았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고 금세 소비자의 기억에서 사라진 톰보이. 이 브랜드는 더 이상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단 한 사람, 정유경 센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을 빼고 말이다.
망해가던 톰보이 인수해 '메가 브랜드' 만든 정유경
2011년 정 총괄사장은 톰보이와 톰보이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등을 325억원에 인수하고 '심폐 소생'에 나섰다.
먼저 디자이너부터 영입했다. 정 총괄사장은 코데즈컴바인, 컬처콜 등의 전성기를 이끈 이지연 디자이너에게 톰보이를 맡겼다.
패션 1세대 브랜드로 꼽히는 톰보이의 역사에 통통 튀는 감각과 현대적인 감성을 결합하려는 의도였다.
이 디자이너를 필두로 정 총괄사장은 인수 이듬해인 2012년 톰보이 사업을 재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 비로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톰보이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2016년 960억원, 2017년 1,110억원, 2018년 1,445억원 등 계속해서 매출 규모를 늘리며 '메가 브랜드'로 등극했다.
2016년 '스튜디오 톰보이'로 브랜드 개편
2016년 톰보이는 또 한 번 변화를 겪었다. 론칭 40주년을 앞두고 '스튜디오 톰보이'로 브랜드 개편을 단행한 것.
젊은 층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로고, 브랜드 콘셉트, 제품 라인, 매장 인테리어, 광고 캠페인 등을 모두 바꿨다.
정 총괄사장은 특히 우아함을 강조한 '아틀리에 라인', 톰보이 개성을 그대로 유지한 '스튜디오 라인', 합리적인 가격대의 '에센셜 라인' 등 제품군을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잡화를 강화한 '액세서리 라인', 그전까지 시즌성으로만 선보였던 '키즈 라인'도 추가했다.
'망한 브랜드도 되살리는' 능력으로 패션계를 놀라게 만든 정유경 총괄사장.
부도를 맞아 기업 회생 절차까지 밟았던 톰보이는 이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어엿한 '효자 브랜드'로 변신에 성공했다.
경영자의 안목과 재능이 기업과 브랜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