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회사에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CJ그룹이재현 회장의 남다른 안목·리더십 한몫…'월드베스트 CJ' 목표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재계 15위이자 연매출 26조 9천억원 '공룡기업' CJ그룹에게 있어 2018년은 잊지 못할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창립 65주년을 맞이한 해이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과거 설탕과 밀가루를 만들어 팔던 CJ그룹이 국내 최대의 문화콘텐츠 기업을 넘어 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남다른 안목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CJ그룹이 오늘날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5년 전인 지난 2013년 7월 이재현 회장은 1600억대 세금 탈루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수감돼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CMT)'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때문에 최악의 상황까지 갔지만 이재현 회장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2016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이며 2030년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 목표 달성을 위해 경영 활동에 매진 중이다.
새해를 불과 하루 앞둔 12월 31일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에서 올 한 해 있었던 이슈들은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 총정리해봤다.
1. 부모 세대 '악연' 끊는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
사촌형제 사이인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실 친한 사이였지만 지난 2012년 선대 회장 사이의 상속 재산 분할 소송으로 불편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한동안 왕래가 없었던 두 사람은 박근희 당시 전 삼성생명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얼굴을 맞대며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부모 세대의 '악연'을 끝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40년 '삼성맨'으로 일한 박근희 전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에 발탁돼 CJ대한통운 부회장에 올랐고 이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그룹 고위직이 CJ그룹으로 옮긴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 것 또한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여서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화제를 모았다.
2. CJ오쇼핑·E&M 합병…융복합 콘텐츠 커머스기업 CJ ENM 출범
이재현 회장은 지난 7월 CJ E&M과 CJ오쇼핑을 합병해 국내 최초의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을 꿈꾸는 새 법인 CJ ENM을 출범시켰다.
CJ ENM은 상품기획 역량을 갖춘 CJ 오쇼핑과 콘텐츠 역량을 갖춘 CJ E&M을 결합해 국내 최초의 글로벌 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CJ그룹은 새롭게 출범한 CJ ENM의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로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상무)을 임명했고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3세 경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또 CJ제일제당은 장남인 이선호에게, CJ ENM은 장녀 이경후에게 각각 물려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지만 CJ그룹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3. "CJ, 협력사에 갑질해 도산 직면"…중소기업 대표의 청원글
지난 9월 블루투스 이어폰 생산업체 모비프렌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CJ그룹의 무책임한 '갑질'로 인해 도산에 직면하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CJ그룹 계열사인 CJ ENM이 자사 제품 유통을 약속한 뒤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결국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모비프렌 대표의 주장이다.
모비프렌 측은 CJ ENM의 갑질 진상을 밝혀 달라며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 CJ 측은 중소기업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힌 상황이어서 양측 간의 첨예한 갈등은 끝나지 않고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 장남 이선호 씨와 이다희 전 아나운서 결혼 승낙한 이재현 회장
지난 10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서울 근교 모처에서 이다희 전 스카이티브이 아나운서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선호 부장과 이다희 전 아나운서는 올해 초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됐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워오다가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비공개로 진행된 결혼식에는 이재현 회장와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 부부를 비롯한 손경식 회장 부부 등 양가 직계가족이 참석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평소 유별난 '아들 사랑'으로 재계에서 '아들 바보'라고 불리는 이재현 회장이 아나운서 며느리를 맞이한 것과 관련 재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선호 부장이 마음의 안정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5. 국내 최초의 PGA투어 정규 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 성공 개최
제주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국내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 대회인 '더 CJ컵@나인브릿지(THE CJ CUP@NINE BRIDGES)'가 성황리에 열렸다.
CJ그룹이 국내에서 개최하는 두 번째 골프대회인 '더 CJ컵'의 총 상금 규모만 950만달러(한화 약 107억원)로 주인공은 '수퍼맨'으로 불리는 브룩스 켑카(미국)가 차지했다.
국내 최초 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 지으면서 전 세계에 다시 한번 CJ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CJ그룹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CJ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물론 K-라이프스타일을 확산시키는 '스포츠·문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6. 2조원 '통큰 배팅'하며 미국 식품업체 전격 인수한 이재현 회장
CJ그룹 계열사 CJ제일제당이 2조원을 넘어서는 대금을 투자해 미국 식품업체를 전격 인수하며 앞으로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1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CJ그룹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 거래다.
쉬완스컴퍼니는 냉동 피자와 냉동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식품회사로 지난해 기준 매출 약 3조 2,400억원, 영업이익 약 2,800억원에 달하는 대형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전역에 걸친 유통망을 확보한 CJ그룹과 CJ제일제당은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통해 한식 세계화 꿈에 박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7. '일자리 창출' 기업 1위로 문재인 대통령 활짝 웃게 만든 CJ그룹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중 '2018 3분기 보고서' 제출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CJ그룹이 지난 1년 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그룹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CJ그룹은 지난해 9월 말 2만 706명이었던 고용인원을 2018년 9월 말에는 2만 6,555명으로 5849명(28.2%) 대폭 늘렸다.
특히, CJ그룹은 지난 8월 CEO스코어의 반기보고서 제출 대상 고용인원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외에 지난 6월말 기준 CJ그룹의 직원은 2만 4,709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2만 247명이었던 인원이 4,400명이상 늘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8. 아들 이선호 부부와 故 이병철 회장 추도식 참석한 이재현 회장
이재현 회장은 지난 11월 19일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31주기 추도식에 딸 이경후 상무 내외, 아들 이선호 부장 부부와 함께 추도식에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용인 호암미술관 선영에서 열린 故 이병철 회장의 공식 추도식에 이재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당시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재현 회장이 비서관의 부축을 받으며 추도식에 참배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건강을 회복하고 계신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이다희 전 아나운서가 이재현 회장의 며느리이자 故 이병철 회장의 증손자 며느리 자격으로 남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9. CJ문화재단, '서울시 문화상' 수상…기업사회공헌 첫 수상 쾌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CJ문화재단이 지난 11월 12일 '제67회 서울시 문화상 시상식'에서 문화예술후원부문 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업 사회공헌재단으로는 첫 수상 사례다. 서울시는 CJ문화재단이 음악과 공연, 영화 신인 창작자를 발굴 및 육성하며 서울 문화예술인들의 복지 증진과 꿈 실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면 CJ문화재단은 어떤 재단일까. CJ문화재단은 지난 2006년 이재현 회장이 '문화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이다.
CJ문화재단은 지난 2010년부터 공모를 통해 가능성 있는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해 신인들의 시장 진입과 창의적 콘텐츠의 산업화를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10. 이재현 CJ회장이 美 LA서 계열사 사장들 소집해 던진 '쓴소리'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슈완스 컴퍼니 인수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 이재현 회장은 현지에서 지난 13일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중장기 사업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현 회장이 해외 사업장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과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연 것은 지난 2012년 베트남과 중국에 이어 6년 만이다.
이재현 회장은 "CJ의 궁극적 지향점은 글로벌 NO.1(넘버원) 생활문화기업"이라며 "향후 1~2년의 글로벌 성과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절박함으로 임해달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러면서 "식품, 문화, 바이오, 물류 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영토 확장의 무한한 기회가 있다"며 "얼마나 글로벌 영토확장을 하느냐에 따라 CJ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