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도 너~무 많았던 한국 경제 '사건 사고들'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2019년이 단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경제 분야 이슈들이 줄줄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올해 국내 경제계.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하는데 써도 너무 쓰다는 평이다.
기업들은 '씁쓸했던' 올해를 보내고 새해에는 '달달한' 연말을 맞이하겠다는 포부다.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국내 경제계 '핫이슈' 10가지를 추려봤다.
1. 삼성 이재용‧롯데 신동빈 출소
지난해 2월 17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년여 만인 지난 2월 5일 집행유예 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는 대외활동을 삼가고 해외만 오가다 지난 7월 인도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며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재개했다.
9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경제인 특별수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이후에도 외부 활동보다 그룹 내부 활동에 집중하며 반도체, AI 기술 개발 등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지난 2월 13일 법정 구속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10월 5일 구속 234일 만에 집행유예 석방됐다.
신 회장은 즉시 그룹에 복귀해 경영 현안을 챙겼다. 석방 3일 만에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주식 인수를 통한 지주사 편입을 단행했다.
이후 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여해 롯데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 합병, 롯데손해보험 및 롯데카드 매각 선언 등 굵직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몸을 낮추고 그룹 일에만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공장폐쇄, 법인 분리 한국GM의 '절규'
한국GM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올해 2월 13일 GM 본사가 발표한 갑작스러운 군산 공장 폐쇄로 '철수설'이 흘러나왔다.
군산 공장이 폐쇄되자마자 한국 GM에게 경영 악화와 부도 위기가 찾아왔다. 2달 뒤 GM은 정부에 SOS를 요청했다.
정부가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7억 5천만 달러(한화 약 8,445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국 GM은 가까스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가 한창이던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창원 공장 사내 불법 하도급 근로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한차례 부도 위기를 겪어 여력이 없던 한국GM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과태료 납부를 택했다.
게다가 7월에는 본사로부터 '법인을 분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연구 및 개발 부문만 분리해 신설 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법인 분리 반대에서 승인'으로 입장을 바꾸자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은 법인 분리를 공시했다. 다음 달 2일 분할 등기가 예정됐다.
3. LG 구본무 별세, 구광모 회장 취임
올해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사망하자 장자 구광모 회장이 41세의 나이로 차기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첫 공개 행보로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인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를 방문해 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리더십 강화에 나섰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경제인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해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상속세 문제도 정면 돌파라는 '대세'를 따랐다.
구 회장은 지난 11월 구본무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아 15%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다. 그는 9,215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하고 이 중 1차 상속 세액 1,500억원을 납부했다.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도 정리했다.
이후 그룹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해 '혁신'을 꾀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제 '계열 분리'라는 큰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다.
4.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7월 1일 아시아나항공 80편 가운데 51편(64%)이 1시간 이상 지연 운항됐고, 나머지 36편은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노 밀(No Meal)' 상태로 출발했다. 바로 '기내식 대란'의 서막이었다.
당시 아시아나는 새 기내식 업체로 선정한 '게이트고메코리아'가 제조 공장 화재로 일정을 맞출 수 없자, 임시로 '샤프도앤코'에게 맡겼다.
하지만 샤프도앤코는 대량 생산 경험이 부족해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결국, 협력사 대표 윤모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씨의 유족들은 아시아나의 무리한 요구와 갑질 행태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계약 조건에 기내식 공급이 늦어지면 그 시간에 따라 납품액을 깎는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는 늑장 대응으로 3일 뒤에나 입장 표명했고 기내식 담당 팀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비난을 받았다.
5. 이재용 '문재인 대통령' 만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집행 유예로 출소한지 5개월 만에 의미 있는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바로 지난 7월 9일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던 이 부회장과 최고 권력자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과 대면한 이 부회장은 5초 동안 4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췄다.
당시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국내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당부했고, 한 달 뒤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으로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경제 활성화와 신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더 투자하는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해 국가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6. '불타는 차' BMW의 화재 포비아
지난 7월부터 주행 중인 BMW 차량 화재가 급격히 늘기 시작하자 결국 BMW는 17만대를 리콜 조치했다.
일부 주차장은 화재 위험성이 있다며 BMW의 주차를 막고, 국토교통부는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겠다고 발표하는 '웃픈'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국토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은 'BMW 화재 관련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원인으로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를 꼽았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BMW에 대해 형사 고발, 과징금 112억원 부과, 추가 리콜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BMW 코리아 상무 1명과 직원들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하면서 그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차량 결함을 미리 알고도 '늑장 리콜'을 했다는 혐의였다. 경찰은 김효준 회장 등 윗선 개입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
7. 정의선 현대차 총괄 부회장 취임
'현대차의 위기'가 여러 번 언급된 가운데 지난 9월 '현대차 구원투수'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임명됐다.
업계 탑 클래스인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나 급감했다.
이는 글로벌 위기였던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이후 정 부회장은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미국 '오로라'‧'메타웨이브'‧'퍼셉티브 오토마타', 이스라엘 '알레그로' 등 자율 주행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그룹 중장기 수소‧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도 공개했다.
최근에는 인사를 통해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그룹을 이끈 1세대를 계열사나 그룹 외곽으로 옮기고 50대 위주의 '젊은 피'를 수혈했다.
정 부회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인 강남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와 함께 반등을 꾀한다.
8.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갑질
'갑질 어디까지 당해봤니?'
그동안 대기업 오너들의 갑질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진짜는 레전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대한항공의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만행이 그것이다.
'갑질 그룹'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물컵 갑질'을 계기로 가족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됐다.
조 회장은 상속세 탈세와 횡령·배임 혐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거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논란이 일면서 자회사인 '진에어'는 항공 면허 취소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특히, 이명희 전 이사장의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4년 전 현장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이나 팔을 거칠게 잡아채는 등의 폭력 행위가 세상에 알려졌다.
9. 삼성, 백혈병 피해자에 11년만에 사과
지난 11월 23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백혈병' 사태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백혈병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 방식으로 사과한 것은 지난 201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분쟁 11년 만에 종지부를 맺게 됐다.
이날 삼성전자와 반도체 피해자 시민단체 '반올림'은 '중재 판정서 합의 이행 협약식'을 열고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삼성전자가 무조건 수용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오는 2028년까지 세부 사항에 따른 보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당시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던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논란에 등장하지 않아 '월급 사장'인 김기남 사장 뒤로 숨은 것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다.
10.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1년간 특별감리를 진행한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인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자로 변경해 기업가치를 크게 늘렸는데 이것이 회계 처리 위반이라는 것이다.
해당 조치로 장부가액 3,300억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5조 2,726억원 급상승했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적용되지 않는 2조 9,882억여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익으로 잡혔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1조 9,04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이용됐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결국 지난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자 삼성은 바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명은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법정 공방에 의해 내년 1~2월 안으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