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어느덧 출시된 지 33년이 된 롯데주류의 저도주 '청하'가 '아재'들이나 마시는 술로 전락한 모양새다.
롯데주류가 기존 14도였던 청하의 도수를 13도로 낮추며 '저도주' 트렌드에 편승하려 했으나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 청하는 2010년대 중순부터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 7.4%였던 청하 판매량 신장률은 지난해 6.3%로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류 시장 점유율도 4%대로 낮은 편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52%대,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16%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치다.
제법 인기 끌던 저도주 롯데주류 '청하'의 몰락
1986년에 출시된 청하는 사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제법 인기를 끌었던 술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1년에 8천만병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고, 2013년에는 1천여종에 달하는 일본 사케를 합친 것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인기는 주춤하기 시작한다. 출시된 지 상당 시간이 지나면서 청하 이미지 자체가 늙어갔다. 청하를 마시던 소비자와 함께 나이가 들어버린 것.
이를 두고 '아재들이 횟집에서 먹는 술'이라는 서글픈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젊은 소비자를 유입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일소주 열풍·저도주 트렌드에 입지 좁아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주류 처음처럼 '순하리'로 시작된 '과일소주 열풍'과 '저도주' 트렌드에 끼어 입지가 좁아졌다.
소주에 비해 도수가 낮은 편이라 선택을 받았던 청하였는데,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저도주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설자리가 줄어버렸다.
사면초가에 몰린 탓인지 롯데주류는 가수 '청하'를 모델로 발탁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젊은 층에 인기가 있는 청하를 통해 20·30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경쟁력 뒤떨어지는 롯데주류 청하
그러나 당장 젊은 층에 인기를 얻기란 다소 힘들어 보인다. 가격은 물론 맛에서 '호불호'가 강하기 때문.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진다. 일반 주점에서 소주 한 병이 3천~5천원이라면 청하는 5천~6천원에 판매된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등 젊은 층에겐 부담으로 느껴질 법한 대목이다.
본질적인 '맛'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소주에 비해 쓴맛이 덜하다는 이유로 청하를 먹을 바에야 차라리 단 맛이 나는 '과일 소주'를 마시겠다는 게 일부 젊은 소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 서울시 모처에서 근무하는 김모(27) 씨는 "청하는 요즘 아무도 안 먹는다"며 "청하를 먹느니 과일소주를 먹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인 최모(23) 씨는 "과일소주는 달달한 향까지 있어 특히 여자애들이 좋아한다"면서 "그런데 청하는…소주 냄새가 나고 올드한 느낌이라 잘 안 먹는다"고 청하에 대해 혹평했다.
롯데주류 청하가 '아재술'이란 이미지를 환기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고, 가수 청하를 모델로 발탁하며 젊은 층에 선택을 받으려 각고의 노력을 기했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
과연 롯데주류 청하가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