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에서 제약회사 회장까지 뚝심 있게 약만을 바라본 임성기 회장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한미약품의 수장 임성기 회장은 약사로서 직접 약국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한미약품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CEO다. 제약업계에 종사한지 벌써 53년째다.
임성기 회장은 1940년 김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 27살에 서울 종로에 자신의 이름을 건 '임성기 약국'을 개업했다.
약국 운영으로 자금을 마련한 뒤 이를 바탕으로 1973년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현재까지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1,707억원으로 제약업계 상위 수준이다. 임성기 회장은 현재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
특히 몇 년 전 임상 초기 단계였던 한미약품의 신약들이 곧 출시를 앞둬 좋은 결과물이 예상되고 있다. 임성기 회장에게 2018년은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무술년(戊戌年) 한미약품에서 일어난 일을 한데 모아봤다.
1. 미국 FDA 판매허가 획득한 한미약품 관절염 치료제 '히알루마'
지난 5월 9일 한미약품은 관절염 치료제 '히알루마' 주사제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의 효능과 안정성을 관리하는 미국 식품의약처(FDA)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국산 히알루론산 제품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히알루마는 한미약품이 첨단 발효공학 기술을 이용해 자체 개발한 고분자 히알루론산 주사제로, 관절 내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FDA 시판허가를 계기로 현지 파트너사인 '테바'와 함께 미국 전역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2. 자사 첫 신약 '올리타' 판매 전격 중단
지난 4월 13일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올리타'의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하며 자사의 첫 신약 '올리타' 개발을 전격 중단했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더는 쓸 치료제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쓴다.
한미약품은 다국적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임상시험 지연 등의 우여곡절이 계속된 끝에 결국 판매 중단을 결정했으며, '올리타'를 제외한 다른 20여 개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더욱 매진하기로 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현재 '올리타'를 복용 중인 100명가량의 환자들이 복용을 원할 때까지 불편이 없도록 공급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3. 일반의약품 광고 모델에 김아랑 쇼트트랙 선수 발탁
지난 3월 26일 한미약품은 김아랑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선수를 어린이 종합영양제 '텐텐 츄정' 등 한미약품 일반의약품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앞서 김아랑 선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텐텐 츄정' 사진과 "하루 3개만 먹어야 하는데 현재 13개째"라는 글을 같이 게시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자 모델 발탁으로 이어졌다.
이후 20·30세대들은 어릴 적 먹었던 달콤한 딸기 맛 영양제 추억을 떠올리며 수만 건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히트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면서 '텐텐 츄정'의 누적 매출은 지난 5월까지 약 70억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이 약 80억원이었던 점을 미뤄 5개월 만에 1년치 매출을 올린 셈. 올해 매출은 130억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14일 한미약품은 김아랑 선수와의 모델 계약을 내년까지 연장했다고 전했다.
4. 잘못 들어간 조제약 걸러내는 신제품 출시한 한미약품 계열사 JVM
지난 4일 한미약품의 자회사 JVM이 조제 속도와 포장재 활용을 개선하고 잘못 투하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신제품 'NS20'은 조제 중 의약품이 잘못 투하됐다고 감지되면 투약을 자동으로 중지하는 기능을 보유했다.
이는 대형약국이나 병원 내 약국 등에 적합한 기종으로, 기존의 전자동 의약품 분류‧포장 시스템인 'ATDPS'에 최신 센서·통신기술인 'ACRS-Ⅲ'가 적용됐다.
'ACRS-Ⅲ'는 약품이 들어가 있는 통(캐니스터)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술로, 해당 기술이 적용된 'NS20'은 잘못 조제된 내역을 즉시 인쇄해 사전 예방 기능을 수행한다.
5. 부진한 실적에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에 몰두하는 한미약품
올해 국내 제약사가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한미약품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의 한미약품 매출은 2,352억 5,6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37% 소폭 늘었다.
그러나 영업실적은 214억 9,7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22.7% 하락했으며 순이익은 94억 100만원으로 줄었다.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는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뚜렷한 성장요인도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같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