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차기 '사장단 인사'에 침묵 깬 위성호 신한은행장위성호 "갑작스런 통보 당황스러워…임기 만료 전 교체 의문"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신한은행을 1년 10개월 동안 운전한 위성호 은행장이 조용병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지주의 '사장단 인사'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 21일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 불가'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낸 위성호 행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신한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26일 위성호 행장은 서울시 중구에 소재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이번 사장단 인사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인사 단행 전날에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논의한 위성호 행장 "주변에서도 임기 남았는데 왜 인사 단행했는지 납득하지 못해"
위성호 행장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다. 3월 임기 만료 전 전격 교체된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임기가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조기 인사를 단행한 것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신한금융지주의 CEO 인사는 내년 1월로 점쳐지고 있었다.
신한금융지주가 예정과 달리 지난 21일에 CEO 인사를 단행한 것은 조용병 회장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알려진다.
위성호 행장은 인사 단행 전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논의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전날 임원 인사에 대해 오랜 시간 논의했다. 자리는 비교적 좋은 분위기였다"면서도 "회장 후보군 CEO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 주변에서도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왜 인사를 단행한건지 의아해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재수사 착수한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발언한 위 행장
그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의뢰로 최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은 지난 2010년 촉발된 '신한사태'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으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에 의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의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신한사태 당시 위성호 행장은 라응찬 전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위증 및 위증교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이 의혹은 위 행장의 신한은행장 취임 전에도 한 차례 논란이 됐었다.
위성호 행장은 "과거사위원회가 이번 인사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재조명되고 있는 남산 3억원 사건 등 위증 문제가 이번 인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위 행장 "할 말 많지만, 조직 안정 위해 아끼겠다"
위성호 행장은 진옥동 신한은행장 후보자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위 행장은 "내정자는 일본에서만 18년간 근무했다. 최근 20년 간 국내에서 근무하지 않아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히며 국내 업무 경험이 없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본인의 '연임'에 방해가 될지 모르는 쟁쟁한 경쟁자를 미리 정리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한마디로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견제 인사'를 단행했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해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병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에 만료되며, 위성호 행장은 그간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왔던 인물이다.
게다가 위성호 행장은 지난해 1월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조용병 회장과 이미 한 차례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위성호 행장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