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익숙한 타이틀 '갑질 그룹'
[인사이트] 서희수 기자 = '대한항공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CF 문구가 '갑질 어디까지 당해봤니?'로 패러디 되는 현실.
'땅콩 회항'으로 충분할 법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이 올해 심심찮게 반복됐기 때문이다.
조상 묘역 관리에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조양호 회장부터 '물잔 갑질'의 장본인 자녀들까지.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한진 오너 일가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대한항공에 올해 벌어진 일을 '어렵게' 추려봤다.
1. '갑질 甲'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직원 폭행 논란
올해 4월 JTBC 보도에 의해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안주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4년 전 '폭행 동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이 전 이사장은 인천 하얏트 호텔 증축 공사장에 방문해 현장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이나 팔을 거칠게 잡아채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했다는 혐의로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고 부사장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두 사람을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하고, 범행을 도운 대한항공에게도 벌금 3,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2. 조양호 3남매의 '종합 갑질 세트'
먼저 지난 4월 여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벼락 갑질'로 스타트를 끊었다. 광고대행사 직원 얼굴에 물컵을 던진 것.
연달아 조 전 전무의 욕설 및 폭인이 담긴 음성 파일도 공개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6개월 뒤 조 전 전무는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국민들은 사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이를 부정하고 있다.
언니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은 밀수‧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 관세청이 대한항공 협력 업체와 직원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밀수품으로 의심되는 약 6억원 어치 현물 2.5톤이 발견됐기 때문.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불성실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이어 7월에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부정 편입학에 휘말렸다.
교육부가 조 사장이 1998년 인하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편입학했다고 결론 내리고 그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 측에 통보한 것.
이에 한진그룹은 '회장 아들' 조 사장의 학위 취소 처분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 대한항공 직원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대규모 연대 집회
지난 7월 14일 대한항공 직원들은 경쟁사 아시아나와 힘을 합쳐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는 연대 집회를 열었다.
광고 프레이즈를 패러디한 '갑질 어디까지 당해봤니'를 주제로 대한항공 직원 연대 지부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주축이 됐다.
그동안 두 항공사가 따로 연 집회에 일부 직원이 참여한 사례는 있지만, 당시처럼 공동으로 진행한 집회는 처음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4. '물벼락 갑질'에도 광고 재개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중단했던 광고를 3달 뒤 재개했다.
지난 7월 3일 대한항공 공식 유튜브 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델타항공과의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공개한 것.
광고는 더 많은 항공편, 한층 편리해진 환승, 마일리지 혜택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여행 성수기 시작을 염두해 총수 일가의 문제로 회사 전체의 마케팅까지 멈출 수 없다는 조치였다.
5. 국감장에 유니폼 입고 등장한 승무원
국정 감사가 한창이던 10월, 정부세종청사에는 유니폼을 입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등장했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의 신청으로 객실 승무원 유은정 부사무장이 참고인으로서 출석한 것.
그는 딱 달라 붙는 복장때문에 성희롱과 성추행, 몰래카메라 촬영범죄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바지의 색깔이 밝고 타이트 해 생리대를 착용하면 팬티 라인은 물론 생리대 패드라인, 생리혈까지 보인다며 적나라한 고발을 이어갔다.
6. 조양호 회장 계열사에 갑질, '사무장 약국' 운영 의혹
11월 2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택 경비원 급여를 회삿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택 경비원 24명의 급여 16억여원을 계열사인 정석기업에게 지급하게 한 내용이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면허를 빌린 약국, 이른바 '사무장 약국'을 운영한 혐의로 이번달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 회장의 부당이득금 환수를 위해 구기동과 평창동 자택을 가압류한 것이다.
조 회장은 1,522억원 상당의 요양 급여와 의료 급여를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가 추가로 적용되면 환수 대상 금액은 수천억원대 규모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가압류를 예고한 건보와 행정 처분 취소 신청을 한 한진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 재판부 "박창진 전 사무장에게 2,000만원 배상하라"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판사 이원신)는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원고 일부를 승소 판결했다.
2014년 국내를 들썩이게 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사상 불이익과 공황장애 등을 겪었다는 박 전 사무장에게 대한항공이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한 것.
다만 그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부당 징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은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