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기자들 부담스럽다'며 삼성전자 기자실 옮긴 이재용 부회장

인사이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뉴스1


JTBC 홍석현 회장, '태블릿 PC' 첫 보도…위기 처했던 삼성'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언론의 집중 포화 맞은 이재용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자'와 '언론'을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인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북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홍석현 JTBC 회장과 함께 나란히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시발점이 된 '태블릿 PC'를 처음 보도해 자신을 구속수감하게 만든 홍석현 회장과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대인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방북할 당시 재계 관계자들과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이재용 부회장과 홍석현 회장의 '어색한' 만남이었다.


인사이트지난 9월 방북 당시 외삼촌인 홍석현 회장과 기념사진 찍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북 당시 외삼촌 홍석현과 인증샷 찍은 이재용대인배 모습 당시 화제…이재용의 언론관이 변했다?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이긴 하지만 자신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피고인으로 구속수감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대할지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껄끄러운 만남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보란 듯이 외삼촌 홍석현 회장과 스스럼없이 인증샷을 찍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을 구속수감하게 만든 언론과 기자가 껄끄러운 대상이긴 하지만 진실을 쫓는 언론 특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대인배다운' 인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고위직 임원까지 지낸 A씨로부터 그동안 알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 모습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이야기 하나를 전해 들었다.


인사이트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현장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 뉴스1


기자 보기 싫다며 기자실 수원 이전 지시한 이재용언론 홍보 담당하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비상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이었고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구치소에서 수감되기 한참 전에 벌어진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을 자주 들락날락하는 기자들과 마주치는게 싫다면서 서초사옥에 있는 삼성전자 기자실을 수원으로 옮기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현재 삼성전자의 언론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라인으로 알려진 이인용 사장이 수장으로 앉아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서초사옥을 출입하는 기자들과 왜 마주치기 싫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진 않았다.


인사이트(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 이인용 전 커뮤니케이션팀 사장(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 사진제공 = 삼성전자


펄쩍 뛰며 기자실 이전 온몸으로 막은 이인용 사장언론 홍보의 중요성 강조…기자실 수원 이전 무산


삼성전자 기자실을 수원으로 옮기자는 갑작스러운 이재용 부회장의 말에 당시 이인용 전 커뮤니케이션팀 사장(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펄쩍 뛰며 반대에 나섰다고 A씨는 회상했다.


당시 A씨는 이인용 사장의 일을 돕는 홍보라인 핵심 임원으로 기자실 이전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인용 사장은 삼성전자 입사하기 직전 MBC 정치부, 국제부 등 워싱턴 특파원을 거쳐 MBC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까지 맡았던터라 언론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기자실을 수원으로 옮기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말에 이인용 사장은 절대 옮겨서는 안 된다며 겨우 설득한 끝에 삼성전자 기자실의 수원 이전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이트방북 당시 북측 경제 인사와 면담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 이유로 사옥 이전한 삼성전자서초사옥 시대 8년만의 일…수원 삼성디지털시티로 이전


이와 같은 사실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고위직 임원까지 지낸 A씨가 직접 털어놓은 것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A씨는 실제로 평생을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등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한 임원으로 현재는 홍보 업종을 떠났다.


또한 2016년 서초동에 있던 기자실이 돌연 태평로 사옥으로 이전한 대목도 전후 맥락이 맞아 떨어진다.


실제 이인용 사장이 커뮤니케이션팀 총괄 업무를 담당하던 지난 2016년 삼성전자는 '공간적 조직개편'을 통한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이유로 서초사옥에서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본사로 이전을 단행한 바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본관시대를 끝내고 서초사옥 시대를 시작한지 8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효율성을 중시한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뺀 지원조직 모두 수원 본사로 이전본관 태평로 사옥으로 돌아간 커뮤니케이션팀과 기자실


삼성전자는 본사가 수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부서가 수원에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지원조직만 별도로 서울에 둘 필요가 있겠냐며 재경과 기획, 인사, 관리 등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로 이전했다.


다만 홍보 조직인 커뮤니케이션팀의 경우 업무 '특성'을 고려해 과거 본관인 태평로 사옥에 입주하게 됐고, 기자실 또한 자연스럽게 서초사옥에서 태평로 사옥으로 옮겨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자들과 마주치기 싫어 삼성전자 기자실을 수원으로 이전하려고 했다는 전직 고위직 임원 발언과 관련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공식 입장은 어떨까.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기자실은 홍보팀이 운영하기 때문에 홍보가 옮기면서 이전한 것"이라며 "(배경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홍보팀의 경우 서울 쪽에 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기자와 마주치기 싫어 옮겼다는 것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기자들과 마주치기 싫어 기자실 옮기라 지시했다는 이재용삼성 측 "담당 부서 이전에 따라 기자실 옮겨…부회장 건은 몰라"


이재용 부회장이 당시 서초사옥을 드나들던 기자들과 마주친 게 싫었던 이유는 아마 자신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인 기사를 보고 반감을 가졌던게 아닌가 추정된다.


또한 매일 아침 출근길에 서초 사옥 현관에서 취재를 하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분명히 알아야만 하는 사실이 있다.


'왕이 되려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있듯 삼성전자 수장이 되려면 결국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언론의 관심도 '오너'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수장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에 향한 지적은 모두 오너로서 견뎌야만 하는 무게라는 사실을 잊지말고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