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항공기 부품 및 방위 산업, 석유화학, 그리고 태양광.
현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관심을 갖는 그룹 내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이를 중심으로 한화는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 사업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을 맡으며 서서히 3세 경영에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2018년 유독 바쁘게 달려온 한화그룹에서 올해 벌어진 일들을 간략히 조명해본다.
1. 5년간 22조의 '통 큰 투자' 결정
지난 8월 김승연 회장은 향후 5년간 22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3만 5,000명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한다는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3년간의 평균 투자액 3조 2,000억원에 비해 무려 37% 늘어난 수치로 문재인 대통령까지 활짝 웃게 만들었다.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석유화학 부문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에 5조원을 투자한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태양광 사업 분야 발전에도 힘을 쏟는다. 또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신규 리조트, 복합 쇼핑몰 개발 등에도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화는 2018년 현재 70조원 수준인 매출 규모를 5년 후인 2023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 여의도 밤하늘 물들인 '2018 서울세계불꽃축제'
지난 10월 한화는 '2018 서울세계불꽃축제'를 개최해 100만여 명의 서울 시민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화가 2000년부터 올해까지 18년째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지난해 들어간 예산만 무려 7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불꽃쇼는 '꿈꾸는 달'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어린아이가 어른이 돼가며 잊고 있던 꿈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전했다.
지름 10m의 인공 달이 하늘 높이 떠올라 만든 눈부신 '별빛길', 원효대교를 활용한 '금빛 나이아가라 폭포', 글로벌 축제의 위상을 높여주는 한국의 국화 '무궁화 불꽃' 등이 탄성을 자아냈다.
청명한 가을 날씨에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불꽃은 시민들에게 '힐링' 그 자체였다.
3.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의 승진
이달 초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해외 사업과 핀테크 사업 등 주력 부문 총괄직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 2일 한화생명은 김 상무를 미래 혁신 총괄 겸 해외 총괄직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한화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에 충분한 인사였다.
앞으로 김 상무는 신사업 발굴 및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기반을 갖추는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이를 위해 해외 총괄 부문에 해외사업관리본부, 해외신사업본부, 해외투자네트워크본부 등을 신설했다.
한편 김 상무의 인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 회장의 장남이자 김 상무의 형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김 전무는 이번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4. 한화 가을야구 진출에 '장미꽃' 선물한 김승연
지난 10월 한화 이글스는 무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소문난 야구팬으로 꼽히는 김 회장은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김 회장은 부인 서영민 씨,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함께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지켜봤다.
또한 이날 김 회장은 경기장을 찾은 1만 3,000여 명의 팬들을 위해 약 4,000만원어치의 장미꽃을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열정과 에너지를 의미하는 오렌지 컬러의 장미꽃이었다.
그는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이글스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또 한편에서는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한화 이글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5. 백화점 중 유일하게 여성 임원 없는 한화갤러리아
그런가 하면 한화갤러리아가 '유리천장'과 관련한 논란으로 '눈총'을 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 23일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에 재직 중인 여성 임원이 현재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발표된 2019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여성 승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화갤러리아는 2014년 김민정 상무, 2015년 정호정 상무와 진 콜린 상무가 퇴임한 이후로 여성 임원이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 세 명의 전 임원 역시 한화갤러리아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백화점의 주 고객층이 여성인 만큼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이 자주 배출되는 편인데 한화갤러리아에서만큼은 예외였던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과 기업 내 양성평등을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 김승연 회장만 너무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