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유진 기자 = '오너리스크'는 한 번 터지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총수를 다른 인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사과와 해명을 반복하는 것 외에 딱히 해결할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너리스크'만큼은 터지지 않길 바란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들어 산업 전반에서 '오너리스크'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종류는 갑질에서부터 횡령, 회사 승계 문제 등 다양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오너의 '도덕성'과 연관돼있는 경우가 많아 착한 기업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곳도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 없다.
'오너리스크'로 홍보실 직원들 고생시킨 기업들을 소개한다.
1. 여기어때
스타트업 기업의 신화를 썼던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는 지난달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조한 혐의가 드러나 큰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여기어때는 올해 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던 중에 예상치 못한 오너리스크가 터져 실적 부진은 물론 이미지 추락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음란물 유통이 여기어때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여기어때의 주요 사업이 모텔·호텔 예약이기 때문에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
실제로 일부 사용자들은 숙박 예약과 음란물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인식해 '여기어때' 앱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웹하드 두 곳을 운영하며 음란물 427만여건이 유통되는 것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심 대표는 "과거에 웹하드 지분을 보유한 적이 있을 뿐 관계없다"고 해명하면서도 논란이 회사에까지 번지자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2. 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기내 갑질' 파문은 지난 11월 20일 알려지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달 16일 서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해 승무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벌였다는 주장이 JTBC '뉴스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서 회장이 승무원들을 향해 외모 비하 발언을 하고 일부러 라면을 3차례나 끓이도록 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오너 갑질' 논란으로 셀트리온 측은 폭언이나 막말, 비속어 사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서 회장은 그동안 셀트리온을 2002년 설립하고 매출 1조를 바라보는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시킨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됐기 때문에 셀트리온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갑질 논란은 큰 충격을 줬다.
3. 롯데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관련된 이슈로 올해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몸살을 앓았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이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뇌물로 70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2월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그룹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룹 총수 자리가 아예 비게 돼 계열사들의 경영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신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34일 만에 구치소에서 나오고 나서야 롯데는 '오너리스크'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중이다.
롯데는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70억원대 횡령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등 오너 일가와 관련된 이슈들이 최근 2~3년간 유난히 많았다.
4. 삼성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구치소 신세까지 지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산전수전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던 중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인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렸고 이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란까지 이어졌다.
검찰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삼성물산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국내 최고 기업 타이틀을 자부했던 삼성의 이미지와 위상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