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중소기업 기술 훔쳤다가 문재인 정부에 '철퇴' 맞은 정의선의 현대차

인사이트(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 뉴스1


"우월한 지위 이용해 중소기업 아이디어 탈취했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 ㈜비제이씨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현대자동차에 대해 시정 권고가 내려졌다.


특허청이 아이디어 탈취 금지법 개정 후 내린 첫 번째 시정 권고 조치로 기록됐다.


특허청은 20일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 제거 전문 업체 ㈜비제이씨의 미생물 관련 아이디어를 탈취한 현대차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라 피해를 배상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실험 결과를 도용해 개발한 미생물제의 생산·사용 중지 및 폐기를 현대차에 권고했다.


인사이트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 뉴스1


이는 현대차가 ㈜비제이씨의 미생물제 및 악취 저감 실험 결과를 ㈜비제이씨의 동의 없이 경북대학교에 전달해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하게 한 것으로 특허청이 인정한 것이다. 


또한 현대차·경북대의 공동 특허로 등록한 행위 및 개발된 새로운 미생물제를 도장 부스에서 사용하는 행위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허청은 악취 저감 실험에 사용된 ㈜비제이씨의 미생물제는 ㈜비제이씨가 현대차 공장에 적합하도록 맞춤형으로 제조한 '제품(OE++, FM++)'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OE, FM)'과는 미생물 구성 및 용도가 전혀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비제이씨가 이들 제품을 다시 희석해 배양하고, 현대차 도장 공장 순환수 환경에서 적합성 실험을 거친 뒤 현대차에 공급한 것인 만큼 ㈜비제이씨의 악취 저감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물로 봤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험 결과를 ㈜비제이씨 허락 없이 경북대에 넘긴 현대차


특허청에 따르면 ㈜비제이씨는 실험을 통해 현대차 도장 공장의 악취 원인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 물질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실험 결과를 ㈜비제이씨 허락 없이 경북대에 넘겨 현대차와 경북대는 악취의 원인을 찾는데 들여야 할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경북대가 개발한 미생물제를 구성하는 8종의 VOC 분해 미생물에는 현대차가 무단으로 경북대에 넘긴 ㈜비제이씨의 미생물 5종이 포함돼 있었다.


산학 연구 보고서에도 ㈜비제이씨 미생물 가운데 분해 성능이 좋은 미생물을 추가해 미생물제를 제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경북대가 ㈜비제이씨의 미생물을 이용해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비제이씨가 문제 제기하자 계약 중단


이처럼 산학 연구에서 새로운 미생물제가 개발됨에 따라 현대차는 2004년부터 ㈜비제이씨와 맺어왔던 미생물제에 대한 거래 관계를 2015년 5월에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비제이씨가 이번 사안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비제이씨가 납품하던 화학 제품에 대한 계약을 지난해 6월 중단했다.


이런 방법으로 개발된 미생물제는 ㈜비제이씨가 공급하던 미생물제를 대체해 현대차와의 납품 계약을 종료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허청도 현대차가 ㈜비제이씨의 미생물제를 ㈜비제이씨의 이익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대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이후 기술·아이디어 탈취에 대해 특허청이 전문성을 활용해 결론 내린 첫 번째 시정 권고 사례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기술·아이디어 탈취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는 시정 권고가 내려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비제이씨 측의 아이디어를 부정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를 법원이 인정해 민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며 "시정 권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