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요즘 들어 뱃살이 나왔다며 시무룩 해하던 여자친구의 기분을 입증하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세계기분장애학회 학회지인 '정서장애'(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게재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우울감을 느낄 위험이 커진다.
이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7천238명을 대상으로 내장지방 면적과 우울 정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먼저 대상자들의 복부 지방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우울증을 진단하는 벡 우울척도 검사를 시행했다.
우울척도가 16점 이상을 기록한 경우를 '임상적 우울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조군으로 나누자 남성 4천945명 가운데 171명, 여성 2천131명 가운데는 162명이 임상적 우울군에 포함됐다.
이후 두 그룹의 복부 지방 면적을 비교한 결과, 여성은 내장지방 비율에 따라 우울군에 속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내장지방이 1㎠ 늘어날 때마다 우울군에 들어갈 확률이 1.006배 증가했고, 복부 지방 가운데 내장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1% 증가할 때마다 우울군에 속할 확률이 1.028배 증가했다.
반면 남성은 내장지방과 우울 위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관성을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코르티솔이 늘어나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우울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조 교수는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몸속 염증 작용이 많아지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지는데 이런 변화가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과 달리 여성에서만 내장지방에 따른 우울감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는 남녀 간 호르몬 차이로 추정된다"며 "스스로 우울감 정도를 나타내야 하는 자기진단 검사를 대하는 남녀의 태도 차이도 결과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