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업들의 봉사활동 소식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추운 겨울이 되면 자주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김장 담그기, 연탄 나르기, 주거 환경 개선 등을 했다는 기업들의 봉사활동 소식이다.
이런 봉사활동 소식은 추운 겨울 날씨로 인해 바짝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몇몇 회사들이 '생색내기용' 봉사활동을 하거나 임직원들에게 봉사활동을 '강요'해 논란이 되는 것.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냐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말 또는 공휴일' 봉사활동이 없어지지 않아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최모(31) 씨는 "봉사활동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대개 주말에 진행돼 동료들의 불만이 높다"며 "실제 몇몇 동료들은 '강제 동원된 주말 봉사활동을 진심으로 할 수 있겠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습처럼 진행한 '주말 또는 공휴일' 봉사활동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직장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봉사활동 대상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강제 동원된 주말 봉사활동을 진심으로 할 수 있겠냐"
복지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봉사활동 대상자들은 자신들도 주말엔 쉬어야 하는데 기업의 봉사활동이 주말에 집중돼 있다 보니 매우 힘들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렇다고 불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은 취지로 왔고, 또 불평을 했다간 기업의 후원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평일에는 안 되냐'고 물으신다. 본인들도 주말에는 쉬고 싶다는 것이다"면서 "여러 모로 봉사활동 대상자들은 기업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 또 진행되는 기업 봉사활동의 이면에는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의 한 기업이 10년 넘게 근무 시간을 활용한 '평일' 봉사활동을 진행해 눈길을 끈다.
전 임직원이 매월 1회 평일 근무 시간에 자율적으로 봉사활동하는 대상㈜
바로 청정원과 종가집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
대상㈜은 지난 2006년 사회공헌팀을 신설한 이래 전 임직원이 매월 1회 평일 근무 시간에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
사실 활동 초기에는 많은 임직원들이 이 원칙을 낯설어 했지만 지금은 참여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대상㈜의 사회공헌활동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총 10만 4,665명의 임직원들이 평일 근무 시간 중 36만 4,479시간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81억 9천만원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대상㈜의 푸드뱅크 누적 기부금 또한 3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활동이 가능했던 데에는 대상㈜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됐다.
임정배 대상㈜ 사장은 평소 "주말이나 업무 외 시간에는 당연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유로워야 한다. 평일 봉사활동이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창의성과 애사심을 키우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다.
임 사장을 필두로 한 대상㈜ 경영진들의 이 같은 '신념'은 임직원들이 '진심'을 다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대상㈜의 실적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기업들이 평일 근무 시간 중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대상의 매출액은 2011년 2조 1,600억원 수준에서 2012년 2조 4,500억원, 2013년 2조 5,400억원, 2014년 2조 5,900억원 2016년 2조 8,550억원, 2017년 2조 9,68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임 사장의 신념이 빛을 발한 것.
이와 관련해 임 사장은 "앞으로도 평일 봉사활동의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평일 봉사활동은 봉사의 질적 향상 외에도 임직원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함으로서 창의력을 키우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평일 근무 시간 중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상㈜의 사례처럼 '고정관념'을 바꾸고, 임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기업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기업들은 이제껏 해왔던 '보여주기식 활동'보다 양보다 질이 우선시되는 활동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그런 활동 말이다.
대상㈜처럼 평일 봉사활동이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