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소비자들이 '표절왕(王)' 정용진의 '자주' 외면하고 '무지' 가는 까닭

인사이트Instagram 'mujikr'


'소확행' 트렌드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무지(MUJI)'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별로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은데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화려하진 않지만 집안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느낌.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무인양품(無印良品)', 무지(MUJI) 이야기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전문점 무지는 최근 '소확행'이 유행하는 한국 젊은 소비층의 트렌드와 어우러져 폭풍 인기를 얻고 있다.


인사이트Instagram 'mujikr'


10년 가까이 '적자' 내다가 화려하게 부활한 무지 


무지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지는 1980년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 처음 탄생했다.


초기에는 40여 개 품목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의류, 식품, 생활잡화, 패브릭, 가구, 문구, 식품 등 7천 개 이상의 품목을 취급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법인 무지코리아(MUJI Korea)가 설립된 건 2004년. 한국 롯데상사와 일본 본사가 각각 40%와 60%의 지분을 갖고 출발했다.


인사이트Instagram 'mujikr'


호기롭게 한국에 진출했지만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무지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2년까지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는 '흑역사'를 감내해야 했다.


그렇지만 2013년 강남에 892㎡(약 27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대로를 제대로 공략해 무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질리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에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한다는 장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인사이트Instagram 'mujikr'


미니멀리즘 추구하는 '뚝심'으로 인기 


무지에는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 브랜드, 마케팅, 그리고 디자인이다.


브랜드를 내세우는 대신 품질 좋은 상품으로 승부를 걸고, 광고비를 줄여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화려한 디자인 대신 여백의 미를 살려 어디에나 어울리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이다.


그런가 하면 무지에 '있는 것' 세 가지도 있다.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마지막으로 포장의 간략화다.


필수 공정만을 살려 효율성을 강화하고, 소재를 낭비하지 않아 원가를 절감한다. 그리고 과도한 포장을 지양하고 공통 용기를 사용해 '심심함'과 '단백함'을 동시에 살린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담아낸다는 무지만의 '이유 있는 고집'이다.


인사이트자주(JAJU) / Instagram 'jaju_shinsegae'


무지 카피한 신세계 '자주(JAJU)' 나오면서 '카피캣' 논란에 선 정용진 부회장


한편 무지와 비슷한 국내 토종 브랜드도 있다.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다.


자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리빙 편집숍으로, 디자인 요소들이 무지와 흡사해 '카피캣'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정 부회장은 '표절왕(王)'라는 오명을 얻고 대기업이 굳이 일본 디자인을 따라 해야 했냐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허나 '카피캣' 자주는 '원조'의 위엄을 넘을 수는 없는 법. 패기 있게 시장에 발을 들인 자주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반면, 무지는 고고히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지난해 연 매출 1천억 돌파하며 '조용한 돌풍' 


지난해 12월 기준 무지의 국내 매출액은 1,100억. 한국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6년의 매출액 786억원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다.


올해 10월 기준 오프라인 매장 33개와 온라인 매장 1개를 운영하고 있는 무지는 오는 2020년까지 최대 20개 매장을 추가로 열고 소비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계획이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 무지. '소확행' 트렌드를 벗 삼아 10여 년의 무명시절을 뒤로하고, 어느새 국내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는 주역이 됐다.


끝으로 사족(蛇足) 한마디! 


'따라쟁이' 정용진 부회장이 경쟁사를 모방하려면 적어도 상대방의 '철학' 정도는 이해하고 사업에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업계 '상도덕'을 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