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이경재 대표이사 사장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소위 '백'도 없는 고졸 영업사원 출신으로 대기업 사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 있다. 오리온의 이경재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 사장은 영업 관리·기획, 사업부장 등 풍부한 경험 덕에 쌓은 단단한 내공만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7년여간 베트남 법인장으로서의 활약이 컸다.
오리온의 대표 상품 '초코파이 정(精)'은 이 사장 덕에 현재 베트남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베트남 사람 제사상에도 초코파이가 올라갈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에서 '대박'을 일궈낸 이 사장은 지난 2015년 한국법인장을 거친 뒤 지난해 9월 오리온 대표로 선임됐다.
올 상반기 오리온의 영업이익 133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0.4% 증가한 쾌거를 거둔 이경재 사장. 그가 이끈 오리온에서 올 한 해 어떤 이슈를 몰고 갔을까. 5가지를 한데 모아봤다.
1. 신입사원 입사 지원서에 부모님 '학력' 적게 해 논란
지난달 오리온이 하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하면서 입사 지원서에 부모님의 학력, 직장명, 심지어 직위까지 적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블라인드(Blind)' 형태를 통해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로 거센 비판이 잇따랐다.
한 입사지원자는 이달 8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그동안 많은 이력서를 작성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나처럼 인맥도 없고 백도 없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당하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또 국민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 신상을 묻는 것은 매우 무례", "취업준비생에게 채용 탈락 두려움을 줬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오리온 측은 필수 기재 항목이 아니었으며 기재를 안 했다고 해서 채용에 불이익을 주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채용 공고에 표기도 해놨던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가족 관련 사항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모두 삭제했으며, 다음 채용부터는 아예 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 앞으로 10년 동안 모든 훈련병에 '초코파이' 후원하겠다고 나선 오리온
지난 5월 29일 오리온은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국방부와 '국군 훈련병 오리온 초코파이 후원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오리온은 자사의 정(情) 문화의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육·해·공군 훈련병에게 초코파이 선물세트를 후원하겠다고 해 과연 '통 큰' 면모를 보였다.
오리온은 우선 올해 말까지 육군훈련소와 해군·공군·해병대 신병 교육대에 입소하는 훈련병을 위해 초코파이 총 11만 세트를 전달할 방침이다. 국군을 응원하는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국방부는 훈련병이 동기들과 전우애를 나누고, 훈련 기간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훈련소 퇴소 전날 진행되는 '환송의 밤' 때 초코파이를 지급한다.
오리온은 이후에도 입대하는 훈련병과 군 주요 행사 지원장병·참석자에게 초코파이 패키지를 10년간 전달할 예정이다.
3. 일본 제품 표절 시비 걸린 '마켓오 생초콜릿'
지난 1월 오리온은 국내 생초콜릿이 초기 시장으로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1년여간의 준비 끝에 '마켓오 생초콜릿'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카카오 버터로 만든 리얼초콜릿에 영국산 생크림 25%를 넣어 만들었다. 주로 냉동 보관해 먹는 초콜릿으로 쫀득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마켓오 생초콜릿은 출시 직후 일본 유명 초콜릿 '로이스 생초콜릿'과 흡사하다며 표절 시비에 걸렸다.
입안에 넣자마자 녹는 식감뿐 아니라 형태, 박스형 패키지도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마켓오 생초콜릿에 들어가 있는 생초콜릿 개수도 20개로 로이스 제품과 같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오리온 측은 "먹어보면 알겠지만 맛은 명확히 다르다"며 "포장이 비슷한 것은 습기가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력히 해명했다.
4. 고소한 맛으로 대륙 입맛까지 사로잡은 꼬북칩, 누적 판매량 '1억 봉' 달성
지난 4일 오리온은 지난해 3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4겹 스낵 '꼬북칩'이 한·중 누적 판매량 1억 봉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꼬북칩은 홑겹 스낵 4개를 한꺼번에 먹는 듯한 풍부한 식감과 겹겹이 배어든 진한 양념이 압권이다.
국내에서는 6,500만 봉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해 2년 연속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꼬북칩의 매력은 중국인도 사로잡았다. 지난 5월 '랑리거랑(浪里个浪)'으로 출시돼 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3,800만 봉을 넘어서며 치솟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리온은 한국과 중국 외에도 지난 6월부터 미국 한인마트와 대만의 슈퍼마켓 체인,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꼬북칩 수출을 시작,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5. 노조탈퇴 강요, 인사 불이익 등 갑질 사건 터져 벌금형 받은 영업소 관리자
지난 6월 30일 울산지법 형사6단독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과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리온 울산영업소 관리자 A(51) 씨와 법인 오리온이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오리온지회 소속인 노동자 B씨에게 "어떻게든 (노조를) 그만두게 할 것이고, 흠을 잡은 것이다.
노조원들은 강성부터 다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노조원을 협박해 노조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가 노조 탈퇴를 끝까지 거부하자 A씨는 B씨의 직무 등급을 두 단계 강등시키며 보복성 인사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B씨는 영업수당도 받지 못했다. 높은 단계의 직무일수록 관리하는 거래처 규모와 매출이 늘어나 영업수당 등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이 사건으로 이미 징계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