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백화점인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트렌드를 선도하는 '쇼핑 천국'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백화점.
우리나라 유통계의 '빅3'로 불리는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백화점 브랜드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게 있다. 지금의 백화점의 모태가 된 한국 최초의 백화점은 과연 어디일까.
국가기록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전신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서울)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인이 만든 최초 백화점, 오늘날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재탄생
일본의 미쓰코시 백화점이 처음 한국에 진출한 건 1906년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권유에 따라 충무로 지역에 경성 지점을 냈다.
대지 730평, 건평 300평, 종업원 360명에 이르는 대규모 백화점이었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각 매장별로 신설된 특설 코너와 정찰제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술관까지 포함하고 있어 금세 장안의 명물이 됐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1927년 현재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에 현대식 건물을 착공해 1934년에 이전했다.
해방 이후인 1945년 미쓰코시 백화점은 동화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1963년 7월 삼성그룹에 인수되면서 신세계백화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오늘날에도 신세계백화점은 미쓰코시 백화점의 개점일인 1930년 10월 24일을 창립일로 삼고 매년 이 시기에 창립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족 자본' 개념으로는 화신백화점이 최초라는 주장도
그런데 일각에서는 조금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한국 최초의 백화점은 미쓰코시 백화점이 아닌 '화신백화점'으로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이 일본 계열이었기 때문. '민족 자본' 개념을 놓고 보자면 화신백화점이 최초 타이틀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신백화점의 전신인 화신상회는 1890년 신태화라는 사람이 설립한 가게다. 원래 귀금속만을 전문으로 취급했다.
긴 시간이 흐른 후 1922년 양복부, 1923년 일반잡화부 등이 신설되면서 점점 더 근대화된 백화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1931년 자본가 박흥식이 화신상회를 사들여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로 개축하고 '화신백화점'으로 재탄생시켰다.
화신백화점은 광복과 6·25 전쟁을 겪는 와중에도 쭉 세련된 모습을 유지했으나 이후 경영 어려움을 겪으면서 1980년대 문을 닫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대형 백화점
오늘날의 대형 백화점은 1970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백화점에서 통큰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1977년 현대그룹이 현대쇼핑센터(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를, 1979년 롯데그룹이 롯데쇼핑센터(롯데백화점 본점)을 세우는 등 백화점 경쟁 체제가 본격화했다.
그러나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됐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몇몇만 현재의 백화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백화점'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점점 더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롯데·현대·신세계.
그중에서도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을 때 미쓰코시 백화점과 관련한 역사를 한 번쯤 생각해보고 간다면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참고로 신세계그룹에서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총괄 대표가 물려받아 '가업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