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한 '황제 보석'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불구속 재판 특혜 아니다"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8년 가까이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호진(56) 전 태광그룹 회장이 법원에 불구속 재판 유지를 요청했다.
12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 심리로 열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2차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검찰의 보석 취소 의견에 대해 반박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정상 생활이 가능해 보이고, 중한 처벌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면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높다"며 보석 취소를 주장했다.
전국 교도소·구치소에 암 환자가 288명이나 수용돼 있고, 개중에서도 이 전 회장과 같이 간암을 앓는 환자는 63명이라며 구속 상태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석은 정당한 법 집행이자 불구속 재판 원칙이 실행된 결과"라며 "특혜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암 투병 중인 이 전 회장은 의사 진료, 약물 투여 등이 필요한 상태며,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이 주거 범위 제한 등 보석 조건을 위반한 것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또 변호인은 언론에서 '병보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지적하며, 재판부에 언론과 여론에 영향받지 말고 보석 취소 여부를 판단해달라 당부했다.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아직도 병원 진료와 약물 처방이 필요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건강 상태 등에 대해서는 비공개 재판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방청객들을 모두 법정에서 내보내고 비공개 재판을 열었다.
재판 직후 이 전 회장은 각종 질문을 하는 취재진을 뚫고 "이번 일을 포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법원 청사를 떠났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회삿돈 500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00억여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그해 4월 간암 등의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
이후 보석 결정을 받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25일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불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또 이 전 회장 측은 지난 2012년 간암 등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고 법원에 전했으나 최근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법원이 정해준 공간을 벗어나 음주·흡연하는 모습 등이 포착돼 '황제 보석'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