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본사가 지분 99.96% 소유한 'ABC마트' 2017년에만 '146억원' 일본 본사에 지급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사실상 일본 기업임에도 한국 기업으로 '착각'하게 되는 기업이 있다. 신발 편집숍 ABC마트로 유명한 에이비씨마트코리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에이비씨마트코리아(ABC마트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에 소재한 ABC마트가 ABC마트코리아의 지분 99.96%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본사 지분율이 100%에 가까운 사실상 일본 기업인 셈이다.
일본 회사라고 볼 수 있는 ABC마트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은 '한일 합작사'였던 ABC마트
사실 ABC마트는 지난 2002년 12월 서울 압구정에 1호점을 낼 때만 하더라도 한일 합작사 형태였다.
당시 ABC마트 일본 본사의 지분은 51%. 일본 본사의 지분이 조금 더 높긴 했지만 ABC마트코리아의 지분도 적지 않았던 만큼 한국 소비자들의 반감은 크지 않았다.
일본 색을 최소화한 ABC마트는 빠르게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 위협할 만한 신발 편집숍 브랜드도 없었던 터라 ABC마트는 한국에서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뒤늦게 슈마커, 레스모아, 폴더 등 국내 업체들도 신발 편집숍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ABC마트의 아성을 넘보진 못했다.
오히려 ABC마트는 더욱 커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며 매출을 점점 늘리고 있다.
국내 후발 업체 따돌리고 업계 1위 유지 중
2004년 233억 8,888만원에서 2005년 338억 2,677만원, 2006년 569억 9,286만원, 2007년 688억 8,592만원, 2008년 969억 1,906만원으로 늘었다. 4년간 해마다 매출이 평균 100억 가량 증가한 것이다.
2009년부터는 1천억원을 넘는 매출을 내기 시작한다. 2009년 1,347억 8,444만원 2010년 1,859억 3,228만원, 2011년 2,395억 7,938만원, 2012년 2,814억 7,206만원, 2013년 3,239억 2,277만원으로 뛰었다.
지난 2017년에는 4,747억 703만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1천억원대 매출을 올린 2·3위 업체와 상당한 격차를 벌리고 있는 셈이다.
매장 수도 크게 늘었다. 2003년 10개에 불과했던 매장 수는 최근 226개까지 늘었다.
2016년부터 일본 본사 지분 99.96%로 크게 늘어국내 경영진 보유한 'ABC마트' 지분 0.04% 불과
매장 수부터 매출, 영업이익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는 ABC마트. 이런 ABC마트는 본사인 일본으로 보내는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ABC마트코리아는 지난 2017년 일본 본사에 로열티 명목으로만 77억 9,216만원을 송금했다. 전년 영업이익인 364억 9,972만원의 21.34%를 로열티로 지급한 셈.
ABC마트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2010년 1월부로 'ABC마트'에 대한 상표권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일본 본사의 지분율이 크게 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51% 지분율을 유지했던 일본 본사는 2010년 68%로 지분율을 확 늘렸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일본 본사가 10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었다가 2016년 99.96%로 소폭 줄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경영진이 보유한 ABC마트코리아의 지분은 고작 0.04%에 불과한 셈이다.
로열티·배당 억대로 챙기는 일본 본사…지난해 배당만 68억
일본 본사는 로열티뿐만 아니라 억대의 배당까지 챙겼다. 지난해 일본 본사에 지급된 배당은 67억 6,968만원이다.
로열티에 배당까지 합치면 지난 한 해에만 145억 6,184만원이 일본 본사로 건너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게 밝혀지면 매출 감소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숨기는 듯하다"며 "더구나 ABC마트는 '유니클로'처럼 정체성이나 팬을 보유한 브랜드가 아니기에 더욱 감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사이트 취재진은 ABC마트 본사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추후 입장을 보내올 경우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