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1일(화)

KB국민은행이 요즘 직원들 술자리에서 유독 욕먹고 있는 이유

인사이트(좌)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KB국민은행, 뉴스1


노조와의 협의 결렬된 KB국민은행…결국 중앙노동위원회 가나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KB국민은행 노사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민은행을 이끌어가는 허인 은행장에게도 노조의 싸늘한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허인 행장이 사측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


7일 국민은행지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가 지난 6일 오후 진행한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대표자 교섭은 두 시간가량 이야기가 진행되다 최종 결렬됐다.


지난 10월 17일부터 개시돼 약 12번 가량 이어진 임단협 협상의 마지막 정점이었던 이날은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임금 피크제 진입 시점 연장,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


신입 행원 페이밴드 폐지, 미지급 시간 외 수당 등의 안건도 포함됐다. 주로 이견을 보인 안건은 페이밴드와 임금 피크제 진입 시점 연장, 그리고 임금 인상 등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직원 생산성 올리는 '페이밴드' vs 인건비 절감 차원


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신입 행원에 대해 일정 기간 안에 직급 승진을 하지 못하면 임금이 오르지 않는 연봉제인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직급 승진과 관계없이 3년마다 호봉 등급이 상승하고, 그에 맞춰 기본급이 올라가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페이밴드 제도를 적용받게 된 직원들은 호봉에 따라 기본급이 오르다, 과장 승진을 못 하게 되는 경우 더 이상 기본급이 오르지 않는다.


사측은 승진 유인을 극대화해 직원 생산성을 올리고 경쟁을 촉진하려는 방안으로 내놓았으나 정작 국민은행 직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페이밴드' 실행이 인건비 절감 차원이라는 게 노조의 골자다. 이미 인사 적체로 승진 비율이 높지 않은 데다가 통폐합되는 지점은 갈수록 늘기 때문에 임원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이밴드가 도입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대부분 직원들의 기본급이 동결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왔다.


또 다른 논점인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에 도달한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의 경우 국민은행은 만 55세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지난 9월 18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1년 연장하되, 지부 노사 간 협의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임금피크제 1년 연장 VS 무조건 연장할 필요 없어


노측은 '1년 연장'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민은행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약 6개월 정도 앞당기는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이번 임단협에서 노측은 기본 2.6%의 임금 인상과 함께 저임금 직군에 대해서는 5.2%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익 배분에 따른 300%의 보로금 지급과 시간 외 근무 등록 기록과 실제 PC 온·오프 기록 차이에 대한 시간 외 수당 지급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대표자 교섭에서 오간 이야기라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일축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이 요구 수용을 거부함에 따라 금일인 7일 '경영진 규탄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끝마치고 곧장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양측이 중노위가 내놓은 조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2017년에도 국민은행은 임단협이 결렬돼 파업 위기까지 갔다가 지난 2월 중노위 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합의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최대 실적의 이면에 노동자들의 피땀과 눈물이 섞여있다"며 파업도 불사할 의지를 밝힌 노조에 따라 조마조마한 국민은행 노사의 대립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