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위해 경찰까지 사주하며 '탄압' 공들인 삼성 에버랜드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최근 '삼성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에버랜드가 노조 와해를 위해 경찰까지 사주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에버랜드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노조대응팀 '일일보고서'를 확보했다.
앞서 지난 9월 17일 검찰은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삼성에버랜드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4월 금속노조 삼성지회(옛 에버랜드 노조)가 삼성 측을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재고소·고발했던 것.
노조 측은 지난 2013년에도 노조 와해 정황이 담긴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36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적 있으나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의혹의 실마리를 다시 찾게 됐다.
그에 따라 '노조 와해 의혹' 수사가 삼성계열사로 번지게 된 상황. 이번 재고소·고발 대상에는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삼성 관계자 39명도 포함됐다.
지난 11월 삼성에버랜드의 노조 부지회장인 조장희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한 피해사실 조사에 임하기도 했다.
삼성 측 "조 씨가 대포 차량을 타고 있으니 수사 해달라"경찰은 조 씨를 미행하고 음주운전 단속 등 표적 수사 펼쳐
검찰 조사 결과 확보한 노조대응팀 '일일보고서'에는 삼성에버랜드 사측이 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장희 씨에 대한 수사를 관할 경찰서에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삼성에버랜드가 경찰을 사주해 조장희 씨를 사찰함과 동시에 함정 음주단속, 기획 수사까지 벌여 형사처벌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일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에버랜드의 이 모 전무는 노조 설립을 한 달 앞두고 용인 동부경찰서 정보과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골자는 "조 씨가 대포 차량을 타고 있으니 수사를 해달라"는 것으로, 조 씨 차량의 보닛을 강제로 열어 차대번호를 촬영한 뒤 경찰에 제출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기록돼 있었다.
또한, 보고서에는 실제 삼성의 사주를 받은 경찰이 조 씨를 처벌하기 위해 표적 수사를 벌인 내용도 상세히 담겼다.
경찰은 조 씨를 미행하며 음주운전 여부를 불시에 확인하는 등 표적 단속을 펼쳤으며 "조 씨가 대리기사를 불러 체포에 실패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경찰이 조 씨를 도난 차량 운행 혐의로 체포한 뒤에는 실시간으로 수사 상황이 삼성 측에 전달됐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문건 내용이 실제로 이뤄진 것을 확인하면서 조만간 관련된 경찰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선도 있다. 노조 측은 그동안 꾸준히 삼성 사측 차원에서 진행된 노조 탄압에 대해 고발해왔다.
에버랜드에서 근무하는 삼성계열사 CS모터스 노조는 지난 6월 11일 사측이 노조 와해 행위에 대한 고발을 막기 위해 "망치로 때려죽이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의혹과 관련해 에버랜드 측은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 중인 내용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드러났음에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삼성에버랜드가 이번에는 다른 수사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