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구원투수로 나선 '롭스' 선우영 대표가 취임 첫해 받은 성적표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올리브영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화장품은 물론이고 식료품, 생필품 등 '필요한 모든 것'을 H&B 스토어에서 구매하려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국내 H&B 시장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이 1,1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독주 중이다. 


그 뒤를 GS리테일의 랄라블라(187개)와 롯데쇼핑의 롭스(119개)가 따르고 있다. 


인사이트선우영 롯데쇼핑 H&B 사업본부 롭스 대표 


'롭스' 구원투수로 나선 롯데 최초의 여성 CEO 선우영 대표 


롯데는 '만년 3위'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올해 초 선우영 대표를 롭스의 수장으로 앉혀 변화를 꾀했다. 선우 대표는 취임 당시 롯데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자신도 지난 1월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매장을 50개 더 늘리고 매출 역시 50% 신장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등 남다른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렇지만 취임 1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 현재, 롭스의 매장 수는 119개로 지난해 말 기준 96개에서 23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공격적인 출점 전략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매출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선우 대표는 취임 첫해 '반쪽짜리' 성적표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신동빈 구속' 악재에 H&B 스토어 경쟁 심화까지… 


물론 선우 대표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룹 내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전반의 경영이 얼어붙었다. 


취임 이후 곧바로 그룹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선우 회장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이미 포화 상태에 있는 H&B 스토어 시장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저 멀리 독주를 펼치고 있는 올리브영과 업계 2위로 꾸준히 인지도를 신장시키고 있는 랄라블라 등에 밀려 롭스만의 '한 방'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결국 '거기서 거기'라면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하고 곳곳에 퍼져 있는 올리브영으로 가지 굳이 시장 3위를 찾아갈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인사이트뉴스1


'롯데슈퍼 위드 롭스' 등 변화 꾀하는 선우영 대표 


물론 선우 대표는 악재 속에서도 갖가지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하이브리드 매장 '롯데슈퍼 위드 롭스'를 출범시키는 등 롯데그룹의 기존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리한 전략을 펼쳤다. 


2030 세대가 주 고객인 H&B 스토어에 3040 세대를 위한 기초화장품 등의 라인을 강화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업계 최초로 '뷰티랩' 개념을 도입해 뷰티 관련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가정간편식, 반려동물 간편 상품 등을 선보이는 등 롭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롭스 


롭스의 구원투수로 호기롭게 나섰지만 취임 첫해 '반쪽짜리' 성적표를 받아버린 선우 대표. 


다음 해에는 그가 목표한 바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