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자존심 걸고 '삼성vs현대차' 대리전 펼치는 '제일기획' 유정근vs'이노션' 안건희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내 광고계 1, 2위를 차지하는 '제일기획', '이노션'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광고와 마주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고자 하는 상품·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시대에서 광고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에서 독보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이 있으니, 바로 삼성그룹 계열의 '제일기획'과 현대자동차 계열의 '이노션'이다. 


국내 탑 자리를 지키는 제일기획은 지난해만 5조 3,677억원을 취급했고 이노션이 3조 9,426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사이트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 사진 제공 = 제일기획


제일기획의 '깜짝 실적' 이끈 새내기 유정근 대표 


삼성그룹 계열인 제일기획은 삼성전자가 지분 25.24%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이 가진 지분까지 합하면 28.46%다.


제일기획을 이끄는 유정근 대표는 광고 업계 비수기라 불리는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급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제일기획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690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1.3% 늘어난 수치다.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쭉 광고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유 대표는 삼성그룹 내에서 결코 흔하지 않다는 '내부 승진' 신화를 보여주며 샐러리맨의 '우상'이 됐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일기획


취임한 지 1년 남짓 된 시점에서 '깜짝 실적'을 보여준 만큼 유 대표의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그는 또한 지금까지 수년간 제일기획을 괴롭혀왔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유 대표는 삼성그룹에 치중된 계열사 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며,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제일기획은 지난 5월 동유럽 종합 광고대행사 '센트레이드'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인사이트안건희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 / 사진 제공 = 이노션 


현대 계열 '최장수 CEO'로 꼽히는 안건희 이노션 대표 


한편 업계 2위 이노션을 이끄는 안건희 대표는 '새내기' 유 대표에 비해 훨씬 잔뼈가 굵은 최장수 CEO다. 


안 대표는 2009년부터 이노션의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이끌어왔으며, 현대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 중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 


그가 왜 최장수 CEO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지는 이노션의 실적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안 대표의 취임 첫해인 2009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99억, 196억이었던 이노션은 지난해 매출 1조 1,387억원, 영업이익 967억원으로 '폭풍 성장'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첫째 딸 정성이 고문이 지분 27.99%를 소유한 최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가진 9%, 2%의 지분까지 합하면 현대家가 보유한 이노션의 지분은 총 38.99%에 달한다. 


이처럼 대기업에 뿌리를 두다 보니 제일기획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려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노션은 세계 3대 국제 광고제 '2018 클리오 어워드(CLIO Awards)'에서 수상하는 등 막강한 경쟁력을 입증하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안 대표는 해외 광고 회사를 상대로 적극적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는 한편, 최근 미주에서 하이네켄과 복권 업체 등 대형 광고주를 유치하며 광고 수주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내 광고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 계열의 '제일기획', 그리고 현대차 계열의 '이노션'. 


두 굵직한 대기업의 자존심 대결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새내기' 유정근 대표와 '베테랑' 안건희 대표의 맞대결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