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행장이 이끄는 KB국민은행의 사건 연말 결산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 많은 기업들은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해 부진한 사업을 접기도 하고,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취임한 허인 은행장이 수장으로서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KB국민은행의 한 해를 이끌어왔다.
정리의 달 12월. 올해 허인 은행장이 열심히 운전해 온 KB국민은행에 2018년 벌어졌던 굵직한 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1. 1월 : 방탄소년단(BTS) 모델 발탁
지난 1월 KB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BTS)'를 모델로 기용하며 엄청난 광고 마케팅 효과를 봤다.
3~40대를 타깃으로 한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혁신을 나타내면서도 1020세대에서 인지도가 있는 BTS를 결정한 것.
'젊은 KB'로의 탈바꿈을 위한 이 결단으로 실제 잠재적 충성도가 높은 10·20세대 고객들이 KB국민은행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후 6월 방탄소년단 콜라보 상품으로 내놓은 'KB X BTS 적금'은 출시 4달만에 가입좌수 12만좌를 돌파하는 등 뜨거운 돌풍을 일으켰다.
2. 2월 : 채용비리 압수수색
앞서 불거졌던 KB국민은행의 채용 비리 혐의 수사를 위해 지난 2월 6일, 검찰이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수사관 25명을 보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무실과 채용 담당 부서 6곳에서 증거를 확보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확인했던 국민은행의 채용 비리 의심 사례는 3건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증손녀도 특혜 의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8시간가량 압수수색을 벌여 인사 관련 서류와 결재라인에 속한 담당자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3. 5월 : '노타이(No-Tie)'
이번 연도 금융계에서 KB국민은행에 대해 가장 큰 놀라움을 자아낸 것은 바로 '노타이(No-Tie)'를 비롯한 복장 자율화다.
신뢰감을 줘야 하는 직업에서는 필수와도 같은 '넥타이'지만 하계철에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아이템.
실제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벗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섭씨 3.3도에서 4도씨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 등, 많은 직장인들이 불편하게 여긴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자율적인 분위기 조성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지난 5월 15일부터 하계 복장에 전직원 '노타이'로 근무를 가능하게 했다.
4. 7월 : 캄보디아 현지법인 5‧6호 지점 오픈
지난 7월 11일과 13일(현지 시간),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현지법인인 'KB캄보디아은행' 5호점 스텅민체이지점과 6호점 츠바암포지점을 오픈했다.
이는 지난해 3호점 뚤뚬붕지점과 4호점 떡뜰라지점에 이은 새로운 지점 개업이다. 특히, 두 지점의 지점장을 현지인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근 2년간 'KB캄보디아은행'은 빠른 순이익 성장을 보여왔다. 대출금은 2배로 뛰었고, 디지털뱅킹 서비스 'Liiv KB Cambodia'는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3만 4천여명의 가입자를 달성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오는 캄보디아를 겨냥하면서, 해외 금융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5. 9월 : 여직원 유니폼 의무제 폐지
'노타이'에 이어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27일부터는 영업점 내 대리급 이하 여직원에게 적용된 '유니폼 착용 의무제'를 폐지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유니폼'은 고객들에게 은행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대리급 이하 여직원은 유니폼 착용이 필수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성차별적 문제와 계급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걱정어린 시선도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
수평적·개방적 문화를 위해 단행한 이러한 결단은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처음 시도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6. 10월 : 공채 필기시험 시중 문제 '베끼기' 논란
지난 10월 17일 전국에서 KB국민은행 공채 필기시험이 진행돼 약 1만 4천여명의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찾았다.
그런데 필기시험 끝난 직후 수험생들 사이에서 시중 문제집에 수록된 문제 10여개가 그대로 출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총 120개 문항 중에서 10여개의 문제가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등장했다는 것. 이 논란이 불거지면서 KB국민은행의 시험 공정성에 시비가 붙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공채 필기시험 출제를 전문 외주업체에 맡겨 진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때문에 직원들이 오히려 확인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해 당황스럽고 취준생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7. 10월 : 채용비리 혐의 재판 결과
지난 10월에는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KB국민은행 직원들의 1심이 진행됐다.
이들은 앞서 제기됐던 '여성 차별 채용 및 VIP리스트 작성' 논란으로 인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 선 KB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 씨와 전 부행장 이모 씨, 인력지원 부장이었던 HR 총괄 상무 권모 씨에게는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기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내렸다.
8. 11월 : 3분기 '영업왕' 달성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9,860억원의 '충전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을 기록했다.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값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값을 뜻하는 충전이익은 일회성 요인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순수한 영업력을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KB국민은행의 충전이익 9천억원 돌파는 분기 사상 최대 수치다.
덕분에 KB국민은행은 은행권 내 3분기 '영업왕' 타이틀을 꿰차며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