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 이건희 회장의 삼성삼성그룹 취임한지 오늘로 31주년…4년째 와병 중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삼성 제2창업의 선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소임을 수행할 것이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됐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4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지난 1987년 12월 1일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건희 회장은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그의 말처럼 삼성그룹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우뚝섰다.
17조하던 삼성 매출 315조로 끌어 올린 이건희 회장삼성그룹 브랜드 가치만 105조원…전 세계 4위 '우뚝'
그룹 매출만 놓고 따졌을 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던 1987년만 하더라도 삼성그룹의 매출은 17조 4000억원이었다.
30년이 지난 2017년 기준 삼성그룹 매출은 315조 8500억원으로 1987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18배나 늘었다.
삼성그룹 전체 임직원수 또한 16만여명에서 50만명으로 크게 증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진형을 갖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브랜드 평가 전문 유력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가 지난 9월 발표한 '2018년 한국 브랜드 가치 50대 기업'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체 브랜드 가치는 105조원으로 전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만 88조 8000억원에 달한다. 프랑스에서는 구글과 애플을 꺾고 '브랜드 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서 '신경영 선언' 단행한 이건희 회장이건희 회장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어록 남겨
삼성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이건희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93년 6월 7일 이건희 회장은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새로운 삼성을 여는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화지 않으면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는 어록을 남겨 장안의 화제를 모았었다.
이건희 회장이 이처럼 신경영 선언을 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불량품을 없애는 등 제품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혁신을 단행했다.
'신경영 선언' 후 글로벌 1등 제품 만든 이건희 회장의 삼성1995년 '애니콜 화형식'…오늘날 '갤럭시' 만든 결정적 사건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제품 불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한 품목이라도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사업보국과 인재경영을 발판 삼아 삼성그룹 전체의 매출은 13배, 수출 규모 15배, 이익은 49배 늘었고 수많은 글로벌 1등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삼성전자는 지난 26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해오던 인텔을 꺾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2년이 지난 1995년 3월 '애니콜 화형식' 단행을 통해 또한번 휴대폰 시장 석권 계기를 만든다.
'애니콜 화형식'이란 불량으로 판명난 휴대폰과 무선전화기 팩시밀리 등 15만대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기름을 뿌려 전부 불태운 사건으로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전 직원들에게 각인 시킨 사건이다.
애플 '아이폰' 등장에 위기 처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갤럭시S, '아이폰 카피' 꼬리표 떼고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애니콜 화형식' 30% 수준이던 국내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50%로 껑충 뛰어 올랐고 1997년 5월 무선 분야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공식 선정되는 등 삼성 브랜드를 세계 알리는 발판이 됐다.
또 2009년 당시 휴대폰 '애니콜' 브랜드로 전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노키아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더니 2012년에는 노키아를 제치는 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삼성그룹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애플이 혜성처럼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하자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은 급속도로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당시 마땅한 대응책이 없던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옴니아'라는 시리즈를 출시해 반격에 나섰지만 실패르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건희 회장이 아니었다. 이건희 회장은 '아이폰 카피'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안드로이드OS가 탑재된 '갤럭시S' 시리즈를 밀어붙였고 특유의 마케팅 능력에 힘입어 반격에 성공했다.
2014년 자택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4년째 와병 중…아들 이재용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 '빨간불'
이후 삼성전자는 2012년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쁨도 잠시.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뒤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병상에 누워 지내고 있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문제 등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구속수감됐다가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다.
문제는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기준 변경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고 검찰 고발을 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착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경영권 승계작업에 제동 걸린 이재용이재용 부회장, 검찰 포토라인 또 다시 설 가능성 배제 못해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내년 초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 판매 부진으로 스마트폰 영업이익 마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로서는 위기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참여연대 등의 고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려 최악의 경우 검찰 포토라인에 또다시 설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라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만 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가 맞물리면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위기에 처한 이재용 부회장.
과연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일군 아버지 이건희 회장처럼 현재 위기상황을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