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FDA서 '트룩시마' 판매 허가받은 셀트리온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셀트리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TRUXIMA)' 판매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트룩시마'는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스 림프종의 치료에 쓰이는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미국 리툭시맙 시장 규모는 약 5조원 대로, 세계 리툭시맙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특히 이번 '트룩시마' 승인은 미국 최초의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허가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는 "트룩시마의 미국 승인은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치료를 필요로 하는 미국의 환자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뽕' 희석시킨 서정진 회장의 '기내 갑질' 논란
바이오 분야 '불모지'로 불리는 한국에서 5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을 뚫어냈다는 건 소위 말해 '국뽕'이 가득 들어갈 만한 희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뜻미지근했다. 트룩시마 허가 승인 소식이 알려지기 불과 일주일 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갑질 논란'이 SNS를 뜨겁게 달궜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JTBC '뉴스룸'은 최근 서 회장이 여객기 승무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내용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했다. 대한항공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달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했다.
문제는 그가 이코노미석에 탄 셀트리온 직원들을 일등석 전용 바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이를 본 사무장이 '규정 위반'이라며 제지하고 나선 것.
승무원 '얼평'에 '라면 뺑뺑이' 의혹까지 불거져
보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출입을 제지당한 뒤부터 약 50분간 불만을 표출했다. 왕복 티켓값이 1,500만원인데 그만큼의 가치를 했냐고 따지고, 젊고 예쁜 승무원이 없다는 등 외모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대한항공 내부 보고서에는 그가 승무원을 향해 시종일관 반말을 사용하며 하대하고 비속어를 내뱉었다는 내용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라면 갑질'도 나왔다. 한 승무원은 서 회장이 라면을 주문하더니 보복성으로 일부러 3차례나 다시 끓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승무원에 따르면 서 회장은 "다시 라면 3바퀴 돌려봐?"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 서 회장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자수성가형 CEO'다.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살던 그는 2002년 자본금 5천만원을 들고 제약·바이오 벤처를 시작해 셀트리온을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존경받아 마땅한 대형 벤처 기업의 오너가 '갑질'이라는 저급한 이슈로 논란이 된 상황. 누리꾼들은 "바닥부터 올라와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잘 아는 사람이 웬 갑질이냐"며 혀를 끌끌 찼다.
셀트리온 측의 사과·해명에도 누리꾼 분노 여전해
논란을 잠재워야 할 셀트리온 측의 대응 또한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셀트리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 및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은 일등석 전용 바 사건과 관련해 "(서 회장과 사무장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불편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으나 폭언이나 막말, 비속어 사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면 뺑뺑이' 의혹에 대해서도 "저녁 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주문했으며, 취식 시 덜 익었음을 표현하자 승무원이 먼저 재조리 제공을 제안해 한차례 다시 라면을 제공받았다. 이후 재주문 요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승무원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서 회장 본인이나 동승했던 직원들 확인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셀트리온 직원들은 당연히 사실무근이라고 하겠지"라며 비꼬는 반응을 내놨다. '회장님'의 갑질 의혹과 관련해 해당 회사 직원들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셀트리온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까지 미처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 집요하게 '조건'을 단 사과였다. 해명에만 온갖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는 셀트리온의 공지문은 '잘못된 사과문'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갑질' 관련 오너리스크는 국민들이 등 돌리기 쉬워
셀트리온은 '미스터피자'를 잊으면 안 된다. 최근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엠피(MP)그룹은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상장 폐지'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건실하던 미스터피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다름 아닌 '오너 갑질'이었다. 2016년 창업자 정우현 당시 회장은 경비원 폭행 사건, 보복 출점, 친인척 부당 지원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 전 회장은 결국 지난해 7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이로 인해 엠피그룹은 그해 상장 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다.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심의가 남긴 했지만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직원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미스터피자의 상장 폐지 사례는 기업에게 '오너 갑질'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이 되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서 회장이 다시는 비슷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공든 탑도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굵직한 대기업들이 겪어온 '오너리스크'에는 아주 많은 종류가 있지만 '갑질' 이슈는 특히 타격이 크다.
자수성가 CEO로 존경받던 서 회장은 셀트리온 측의 말을 빌리자면 '투박하고 진솔한 성격에서 비롯된 소통의 차이' 때문에 '기내 갑질 회장'이라는 오명을 얻고 말았다.
셀트리온은 한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지에서 승승장구하는 '월드 클래스' 기업이다. '월클' 기업의 리더라면 서 회장도 그에 맞는 '품격'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성공 신화의 주역이라 하더라도 그가 만든 셀트리온은 무너진 탑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