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의 가격대는 어디에…은근슬쩍 PB 상품 가격 올린 대형마트 3사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노브랜드(NoBrand)'.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가 지난 2015년부터 내놓고 있는 PB(Private Brand goods) 상품이다.
소비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대량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철학을 가졌다.
노브랜드 제품 포장이 심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가격을 줄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 등 뺄 수 있는 거품을 뺀 것이다.
때문에 이마트는 모든 노브랜드 제품에다 '최적의 소재와 제조방법을 찾아 가장 최저의 가격대를 만드는 것'이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마트는 자체 PB상품의 품목을 확대함과 동시에 가격을 빠르게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브랜드의 근본적인 철학은 물론 홍보 문구와도 사뭇 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9개월 만에 PB 상품 가격 5.2% 인상
25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해 6월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1,544개 PB 상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PB 상품 가격은 9개월 만에 5.2%나 인상됐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정용진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였다. 이마트는 조사대상 768개 품목 중 43개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은 롯데마트였다. 롯데마트는 610개의 품목 중 25개의 PB 상품 가격이 올랐다.
홈플러스는 166개의 PB 상품 중 13개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필수품 평균 인상률 보다 높은 대형마트 PB 상품 인상 폭
이마트 PB 상품 중 가장 많이 인상된 품목은 44.4% 오른 '국산 고춧가루'였다. 이어 '수세미(23.4%)', '참치류(19.7%)' 순으로 인상률이 높았다.
롯데마트에서 가장 인상률이 높은 품목은 45.9% 인상된 '국산 고춧가루'였으며, 홈플러스에서는 생수인 '맑은 물'이 73.3%로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대형마트 PB 상품의 인상 폭이 생활필수품 평균 인상률과 비교해도 높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PB 상품은 일반 브랜드 상품과 달리 가격 비교가 쉽지 않으며, 정기적인 물가 조사도 이뤄지지 않는 만큼 소비자가 가격 인상에 둔감한 점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국내 대형마트 3사는 PB 상품 납품 제조업체의 단가를 부당하게 깍는 등의 '갑질'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