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영화 속 일본 인형 소품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를 공개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전국 극장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시네아스트 장률 11번째 작품으로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남녀 감정의 미묘한 드라마를 세밀하게 담아낸 영화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속 적산가옥을 개조한 군산의 한 민박집의 딸, 주은(박소담 분)은 자폐증을 앓고 있으며 방에 틀어박혀 CCTV를 통해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람을 가려 받는다는 소문이 도는 미스터리한 민박집의 분위기를 뿜어내는 핵심 인물이다.
주은 역을 맡은 배우 박소담이 영화 속 내내 손에서 놓지 않는 애착 인형이 있는데, 이는 일본 전통 키메코미 인형 풍으로 자체 제작한 소품이다.
키메코미 인형은 버드나무로 사람 모양을 만든 뒤 가늘게 몇 개의 홈을 파고 여기에 기모노 천 조각을 작게 만들어 입히고 얼굴은 호분을 이용해 하얗게 표현한 인형이다.
영화 '아가씨'에서도 배우 김민희가 분한 히데코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애착 물건으로 어딜 가나 키메코미 인형을 들고 다녔던 것과 같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속 주은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자폐증을 앓으며 항상 이 키메코미 인형을 안고 다닌다.
비 오는 날이면, 인형에게 때때로 '엄마'(おかあさん)라는 일본 동요를 자장가로 불러주기도 하는 주은은 '아가씨'의 히데코와 비슷한 외로움과 아픔을 겪고 있다.
배우 문소리가 '아가씨'에서 맡았던 이모 역을 연상시키며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한 장면에서 기모노를 입고 스쳐 지나갔던 것에 이어,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아가씨'와 1930년대의 시간이 맴도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또 하나의 우연한 연결고리가 눈길을 끈다.
장률 감독의 차기작 영화 '후쿠오카'에서도 이 키메코미 인형을 든 배우 박소담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후문으로 시네필들의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