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아 누구야…맙소사, 부사장님!!"
회사에 갓 입사한 30대 남성 A씨는 본인 자리에서 업무를 보다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갈등을 했다.
바로 뒤를 돌아보면 일을 안 하고 엄한 곳에 신경 쓰는 것처럼 비칠까 봐 선뜻 고개를 돌리지 못한 것이다.
A씨가 한참 내적 갈등을 하던 그 순간. A씨의 어깨 위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바짝 긴장한 자세로 업무를 보느라 잔뜩 뭉친 A씨의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A씨는 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로부터 몇 초 후 A씨의 눈은 크게 흔들렸다. 조용히 뒤에서 나타나 어깨를 주물러준 이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수장인 부사장이었기 때문.
A씨가 잔뜩 얼어있는 것을 본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많이 힘들어 보여서…"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게 행동이라고 했던가. 갓 들어온 직원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어깨까지 주물러주며 격려해주는 부사장의 행동에 A씨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선친에게 배운 '경청'의 자세 몸소 실천
'갑질 공화국'이란 웃지 못할 수식어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부사장의 따뜻한 행동은 A씨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회사에 갓 들어온 평범한 직장인 A씨를 감동하게 한 부사장은 최근 거액의 상속세를 완납해 '납세왕'이란 별명을 얻은 세아그룹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부사장)이다.
23일 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태성 부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 2013년 작고한 선친인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에게 배운 '경청'의 자세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언론을 전공한 배경도 그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직원 존중하기 위해 늘 '존댓말' 사용
때문에 이 부사장은 직원들과 편하게 지내면서도 늘 '존댓말'을 사용한다. 격 없이 지내긴 하지만 직원들을 존중하기 위해서 늘 말을 높이는 것이다.
또 이 부사장은 젊은 오너답게 수직적인 문화가 아닌,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조직문화가 수평적이어야 직원들이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직문화 때문에 직원들은 이 부사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세아홀딩스 한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가끔 사무실에 들리실 때 보통 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바로 말을 못 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땐 재촉하시지 않고 그냥 기다려주신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이 부사장
이 부사장의 소통은 직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부사장은 고객과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철강 사업부인 세아베스틸 전사 조직을 '고객중심 체제'로 개편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아버지인 이운형 회장에게 배운 '경청'과 본인 스스로 터득한 '소통'의 중요성을 토대로 영업 형태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
덕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2018년 3분기 세아베스틸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한 8,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아그룹 미래가 기대되는 진짜 이유
다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국산 자동차와 산업기계 등 특수강의 국내 전방산업 경기 악화에 따라 판매량이 덩달아 감소한 것.
대신 해외 수출량이 늘었다.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유럽, 아시아 지역 수출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4분기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소통을 중요시 여기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경영을 하고 있는 이태성 부사장. 이것이 바로 세아그룹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