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 없는 LF, 올해 3분기 '깜짝 실적' 발표구본걸 회장이 'SPA' 브랜드 안 내놓는 진짜 이유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옛말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는 기업의 오너가 있다.
부동산금융 시장에 뛰어들며 사업다각화를 본격화하는 패션 전문 기업 LF의 구본걸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구 회장이 이끄는 LF는 올해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은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에 지갑을 여는 추세인데, LF는 'SPA'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
SPA 브랜드로 대박 터뜨린 신성통상·유니클로·스파오
특히 올해 SPA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기업들은 연일 대박을 쳤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지난 10월 개최된 '텐텐데이' 첫날에만 21억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했고, 유니클로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한 '유니클로 감사제'로 활짝 웃었다.
이랜드도 SPA 브랜드 스파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스파오가 야심 차게 내놓은 해리포터 콜라보 제품은 1차 물량 공개한 당일 2시간 만에 전 물량이 완판 되는 기염을 토했다.
잘 나가는 SPA 브랜드 하나가 열 브랜드 부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SPA 브랜드를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LF가 깜짝 실적을 낸 것이다.
SPA 브랜드 없이도 올해 3분기 '선방'한 LF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F의 2018년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한 3,67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LF 영업이익은 12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15억원이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LF의 3분기 실적이 영업이익 98억원, 순이익 96억원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패션 기업 LF, '비패션부문'에서 수익 크게 내LF "SPA 브랜드 진출할 계획 아직은 없어"
증권가는 LF가 전망치를 훌쩍 웃도는 실적을 낸 배경이 LF푸드와 구르메F&B 등 LF가 인수한 식자재 유통업체의 공이 크다고 해석했다.
패션 사업이 기둥인 본업에서는 액세서리와 캐주얼 카테고리 매출이 실적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정작 '의류'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다.
근간이 패션임에도 패션보다는 다른 사업부의 실적이 조금 더 돋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
하지만 LF는 SPA 사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 듯하다. 구 회장이 신중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거니와 SPA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클로'를 대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SPA 브랜드를 운영하려면 대량 유통망이 필요한데, 현재 LF는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적인 면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LF 측의 설명이다.
가령 한 가지 모델을 10만장 가량 생산했을 때 유니클로는 매장 당 10장씩 배포하면 완판 되지만, LF는 한 매장에 100장 넘게 판매해야 한다.
게다가 판매 매출로 추후 모델 생산을 해야 하는 터라 매장에서 제품 자체가 판매되지 않으면 후속 제품 생산이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탓에 LF는 기존 보유하고 있는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등의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LF 관계자의 추가 설명이다.
이랜드를 비롯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성통상 등과 달리 '비패션부문'에 주목하는 구본걸 회장의 LF. SPA 브랜드가 없는 LF가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