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갓뚜기' 타이틀이 부메랑 될까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22일 KBS2 '해피투게더 4'에 뮤지컬 배우이자 오뚜기 3세인 함연지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의 오빠인 오뚜기 3세 함윤식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만 25세에 오뚜기에 입사하며 경영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오뚜기라면과 오뚜기제유 등의 다수 지분을 기반으로 재원을 확충했다.
그의 지분 확보는 계속됐다. 1999년 사장 승진 당시에는 지분을 15%까지 확보했다. 이는 함 명예회장의 지분율에 버금가는 수치였다.
이후에도 함 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입, 지분율을 16.8%까지 끌어올렸다.
그 후 지난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지분이 함 회장에게 전량 상속됐다. 함 회장은 현재 오뚜기 지분을 포함해 전체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장남 함윤식 씨의 오뚜기 승계 과정에 관심 집중돼
그러던 와중, 올해 만 27세가 된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가 지난 3월 초까지 오뚜기 주식을 조금씩 매입한 것이 알려지며 오뚜기의 3세 승계가 차근차근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초부터 한 달 동안 함윤식 씨는 오뚜기 주식을 5,767주를 사들이며 오뚜기 지분 7만주를 확보하게 됐다.
이는 기존에 함윤식 씨가 보유하고 있던 오뚜기 광고 계열사 애드리치의 16.7% 지분을 오뚜기 매입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윤식 씨는 지난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오뚜기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기존에 2.04%였던 지분을 더 늘리면서 오뚜기 2세 승계와 비슷한 공식을 밟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함윤식 씨는 오뚜기SF의 지분은 38%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가 아버지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14.41%)이다.
오뚜기SF는 수산물 가공식품을 오뚜기에 납품하는 회사로, 함윤식 씨가 대주주가 된 이후 내부거래를 통해 급격히 성장하기도 했다.
높아진 지분 가치를 활용하면 함윤식 씨가 단기간에 2대 주주로의 부상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뚜기SF의 덩치를 불린 후 상장해 아버지의 오뚜기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이 예상되자 오뚜기에는 외부 비판이 쏟아졌다. 자산총액이 5조 원 미만이라 오뚜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윤리적 문제라는 지적이 생긴 것.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가 내부거래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매출을 올리고 상장시켜 부를 얻거나 경영권 승계 자금의 편법 마련 행태를 막기 위한 제도다.
오뚜기는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착한 기업' 타이틀을 달고 높은 일감 몰아주기 비율과 오너 3세의 부를 축적하는 내부거래 자체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갓뚜기'라고 불리는 오뚜기는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의 이미지가 최고가를 달리고 있다.
함영준 회장은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3,500억 원대 주식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 1,500억여 원을 완벽히 납부하며 '윤리 책임을 준수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지난 2008년 이후 10년간 소비자 부담을 생각해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으며 전체 직원 3천여 명 중 비정규직은 0명이라고 알려졌다.
더불어 심장병 환아 후원을 26년째 잇는 등 모범적인 사회 공헌의 아이콘으로서 지난 2017년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재계 순위 10위권 밖 기업 유일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함영준 회장 대에서도 상속세 마련을 위한 내부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
오뚜기가 라면을 직접 제조 판매하지 않고 오뚜기라면에서 라면을 사와 판다는 의혹과 함께 이를 통해 오뚜기라면의 최대 주주인 함영준 회장이 더욱 큰 이득을 보려 한다는 비판이 뒤따라왔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를 각각 평가해 ESG 등급을 매긴 결과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기도 했다.
이후 오뚜기는 계열사 지분정리로 오너일가회사와의 내부거래를 해소하겠다고 공언,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을 흡수합병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단순화된 구조를 설립하는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선제대응하는 모습으로 오뚜기는 다시금 '갓뚜기' 위상을 되찾았다.
갈수록 부담스러워지는 '갓뚜기' 타이틀이 승계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상황. '착한 기업'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앞으로 오뚜기가 보여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