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자살률이 좀체 줄어들지 않는 나라, 한국.
최근 자신의 우울증을 솔직히 고백한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백 작가와 같이 이렇게 "괜찮지 않다", "나 우울해"라고 말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다수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면 우리는 금방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
심리학자 정혜신 박사는 힘든 순간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CRP(심폐소생술)과 같은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에도 시기가 있어서 상처를 자각하고 내보였을 때 바로 응급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주변에 마음 아파하는 친구가 있다면 다음의 공감 방법을 꼭 기억했다 심리적 CPR을 시행해보자.
'답정너'식 질문은 하면 안 된다
"공감은 내 생각, 내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
공감은 한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즉,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되는 감정적 교류라는 것.
두 사람 다 자유로워지고 홀가분해지는 황금분할 지점을 찾는 과정으로 누구도 희생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공감이 된다.
'공감'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지레짐작이 맞을 거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내가 그 친구는 아니기 때문에 나의 진단과 판단이 전부 맞으리란 보장이 없다.
정혜신 박사는 특히 관계란 상대가 있는 질문이기 때문에 조언이나 계몽으로는 제대로 된 공감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구체적인 정보 공유를 한다면 민감한 마음과 공유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똑같이 느끼지 않아도 된다
"공감은 똑같이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상태다"
사람은 각자 개별적인 존재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상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인정해주면 된다.
이때 '나도 네 마음과 똑같다'고 말하는 건 금물이다.
인간은 개별적 존재이므로 똑같은 상황에서도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너는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친구의 속 마음을 제대로 알게 될 때까지 끝까지 집중해서 물어봐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를 공감하는 일부터 먼저 하자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다 자기를 만나면 버선발로 뛰어나가서 반겨야 한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다 보면 본인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자기 내면의 치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축복인 동시에 혼란스러운 고통의 과정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단정 짓는 나의 심리 속에는 사회에서 그런 취급을 받아왔던 우울한 과거가 숨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대상인 친구를 보며 자신이 공감 받고 싶고 결핍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친구에게 공감하려 했더라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스스로에게 공감 받는 것이다.
내가 공감 받아야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친구를 제대로 공감할 힘도 얻을 수 있다.
요구나 기대하지 말고 그냥 '집중'해서 듣자
"아이의 대답에 집중하고 궁금해하는 태도가 어떤 좋은 질문보다 더 좋다"
정혜신 박사는 공감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위치에서 '제자리 뛰기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언이나 계몽을 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있는 그대로 거울처럼 비추면 된다는 것.
공감이 필요한 친구에게 좋은 질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고 궁금해하는 태도 자체에 핵심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주목한다는 느낌은 타인에게 더없이 안전하고 편안한 경험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감 방법이기도 하다.
고통에 빠진 친구를 발견하면 즉시 공감해라
"CPR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그 즉시 시행하지 않으면 목숨을 놓친다"
정혜신 박사는 비상 요청에는 반응과 대처도 그에 준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상황이 '비상'이라면 비상한 대처가 '정상적'이라고 강조한다.
궁지에 몰린 친구가 "내가 만약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말했다 치자.
일단 이 친구는 "죽였다"나 "죽일 예정이다"가 아닌 "죽이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친구가 '살인'을 떠올릴 정도로 심리적으로 급박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진정한 친구가 해줄 공감 방법은 '맞장구'다.
그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상했는지 적극적으로 위로함으로써 CPR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