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급 인사인 왕융 중국 국무위원 만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중국 시장 판매 부진 등 경영 악화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중국 정부 대표로 방한한 왕융(王勇) 중국 국무위원을 만났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 부진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낳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보아오 아시아 포럼 서울 회의' 개막식 전 왕 국무위원과 '비공개'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참석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티타임 장소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에게 "인사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왕 국무위원과의 만남에 대해 "오늘 처음 만난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30여분간 진행된 왕 국무위원과의 티타임에서 중국 내 사업 의지를 밝히는 한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왕 국무위원은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의 고위급 인사로, 시진핑 2기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됐다.
정 부회장은 티타임 후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왕융 국무위원과 처음 만나는 자리라서 인사드리고, 간단하게 중국에서 앞으로 잘 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앞으로 잘 하겠다"
다시 만날 의향을 묻자 "당분간 중국에 갈 계획은 없지만 다음에 또 만나서 인사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주요 해외 시장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 보복 여파와 현지 토종 기업들의 공세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역성장'을 거듭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대·기아차
올해 1~10월 기준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59만 3,009대를, 기아차는 27만 7,856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9%씩 감소했다.
특히 10월 판매량은 9월 대비 각각 10.1%(6만 7,433대 판매), 12.6%(3만 2,334대 판매) 감소했고 이 여파 때문인지 점유율도 지난 1월 4.6%에서 3.5%(현대차), 2.0%에서 1.7%(기아차)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역성장'을 거듭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자 정 부회장은 경영진 리빌딩에 나섰다.
2002년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진출부터 함께 했던 '중국 시장 사령탑' 설영흥 고문을 비상임 고문으로 발령하고, 이병호 중국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이와 함께 중국 연구소, 지주, 생산본부 임원 20여명도 함께 교체했다.
정 부회장은 또 중국형 싼타페 '셩타' 출시(내년 1분기 중) 등 맞춤형 상품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저가차 위주의 중국 기업과 고급차 위주의 미국·일본·유럽 기업들 사이에 어중간하게 포지셔닝 됐다는 점, 중국 토종 기업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정 부회장의 이 같은 노력이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 부회장은 다른 일정으로 개막식 등 보아오 아시아 포럼 공식 행사에는 불참하면서도 중국 고위 지도자인 왕 국무위원을 비공개로 만나 중국 내 사업 의지를 강력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실적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만남은 매우 중요했다"면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지만 모쪼록 반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