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들의 피 튀기는 전쟁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편의점 시장에 매물로 나온 '미니스톱'을 인수하기 위해 롯데 '세븐일레븐'과 신세계 '이마트24'가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의 경우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CU와 GS25에 버금가는 매장 '볼륨'을 확보하려고 하고, 신세계 역시 미니스톱을 품으면 단숨에 6천개가 넘는 매장 수를 기록할 수 있어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는 '유통 공룡'들의 피 튀기는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날 12시에 마감된 미니스톱 본 입찰에는 예상대로 롯데, 신세계, 사모 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했다.
본 입찰에 3개사가 참여함에 따라 미니스톱 최대주주인 이온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 증권은 앞으로 일주일간 검토를 거쳐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한국 미니스톱 지분 100% 전량으로, 업계에선 이 가격을 3천억~4천억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미니스톱 지분은 일본 유통 기업인 이온그룹이 76.06%, 국내 식품 기업인 대상이 20%, 일본 미쓰비시가 3.94%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매장 수가 2,533개로 업계 5위인 미니스톱
이온그룹과 대상이 1990년 미니스톱 한국 법인을 세우며 국내 편의점 시장에 진출한 미니스톱은 지난달 기준 매장 수가 2,533개로 업계 5위다. 참고로 지난달 말 기준 편의점 매장 수는 CU가 1만 3,109개로 가장 많고, GS25(1만 3,018개), 세븐일레븐 (9,548개), 이마트24(3,564개)가 그 뒤를 잇는다.
이런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국내 편의점 시장 판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수에 자신만만한 롯데…"'확실한' 톱3 대우를 받겠다"
때문에 업계 3, 4위인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두 기업 중 가장 열의를 보이는 곳은 롯데다.
만약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CU와 GS25에 버금가는 매장 수(1만 2천개 이상)를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븐일레븐은 '어중간한' 톱3가 아닌 '확실한' 톱3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고, 또 매섭게 쫓아오는 이마트24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게 된다.
롯데는 자신만만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편의점 '로손'과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일본 쪽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이온그룹이 일본 내에서 경쟁사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사실상 성장의 마지막 기회인 이마트24
신세계 역시 두고만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사실상 이마트24 성장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
편의점 시장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매장 수가 6천개까지 늘어나 주요 업체들과의 격차를 단번에 좁힐 수 있다. 이는 또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이어져 자체 브랜드(PB) 상품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신세계는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마트24의 가맹 구조가 경쟁사들과 다른 점이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업계는 프랜차이즈 형태를 띠고 있어 수익을 가맹점과 본부가 나눠 갖지만, 이마트24는 본사가 상품 공급을 통한 이윤을 취하는 형태다. 미니스톱은 전자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두 유통 공룡이 벌이는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모 펀드인 글랜우드PE과 이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글랜우드PE에 매각된다면 간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영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이 선호한다는 평도 나온다"면서 "다만 미니스톱 직원들의 입장에서 몇 년 뒤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모 펀드보다는 롯데나 신세계 계열사로 편입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