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한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한 음료수가 러시아에서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록 한국 소비자의 입맛은 저격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국민들의 입맛은 확실히 사로잡은 이 음료의 정체는 바로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 과일맛이다.
러시아 유성 탄산음료 시장서 점유율 90% 차지하는 '밀키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밀크 탄산음료인 '밀키스'가 러시아 유성 탄산음료 시장에서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상 독주인 셈이다. 유성 탄산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밀키스가 내는 수익도 두드러진다.
롯데칠성음료가 30년 가까이 러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한 밀키스는 2014년 한 해에만 1,320만달러(한화 약 148억 6,600만원) 어치가 판매됐다.
지난해 매출도 나쁘지 않다. 밀키스는 수출 1등 공신으로 늘 같이 거론되는 '레쓰비'와 함께 매출 180억원 수준을 내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 음료'인 셈이다.
밀키스가 러시아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게 된 진짜 배경
밀키스가 러시아 유성 탄산음료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게 된 배경은 '다양성'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러시아 진출 초기에 '우유'만 함유된 밀키스 오리지널 제품만 판매해왔다.
그러다 음료에 '과일향'을 첨가하게 됐다. 러시아가 기후적, 지리적 여건상 다양한 '과일'을 맛보기 어렵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이후 롯데칠성음료는 딸기와 메론, 사과, 파인애플, 복숭아, 오렌지, 망고, 포도, 레몬, 바나나 등 다양한 맛의 밀키스를 출시했고 소비자의 선택의 권리를 늘였다는 평을 들으며 러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중이다.
빗발친 국내 출시 요청…해외 수출용 '밀키스 과일맛' 국내 상륙
밀키스 과일맛은 사실 국내에서도 출시된 적 있는 제품이다. 그것도 '역수입' 방식으로 말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 과일맛을 '해외 수출용'으로만 제조 및 판매해왔다. 한국에는 출시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밀키스 과일맛이 러시아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 소비자들도 차츰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국내에도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10년 7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오렌지와 바나나맛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이 전까지 없었던 맛에 많은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도전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튜닝의 끝판왕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한국의 많은 소비자들은 다시 '밀키스 오리지널'을 찾기 시작했다.
비록 한국에서는 '반짝 인기'에 그쳤지만, 해외에서 밀키스 과일맛의 인기와 위상은 공고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말이다.
국내서 원조 제품 코카콜라 '암바사'까지 제친 롯데칠성 '밀키스'
한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밀키스'는 1989년에 태어났다.
1989년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밀키스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홍콩 영화 '영웅본색'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우 주윤발(周潤發, Chow Yun Fat)을 모델로 내세운 스타마케팅이 제대로 먹혀들면서 원조 제품이었던 코카콜라 '암바사(1984년 출시)'를 끌어내리고 밀크 탄산음료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게 됐다.
국내·외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밀키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밀키스 더분에 롯데칠성음료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날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