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한 에버랜드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이용 거부가 장애인 차별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춘호)는 지난 11일 김모 씨 등 시각장애인 3명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2015년 6월 19일 제기했던 소송의 판결이 3년 4개월 만인 지난 10월 11일에야 나온 것이다.
당시 김씨 등은 2015년 5월 에버랜드에서 자유이용권을 끊고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를 타려다가 직원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재판부 "시각장애인의 롤러코스터 탑승 제한할 정당한 사유 없어"
재판부는 이와 관련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시각장애인에게 안전상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 힘들다"며 "정당한 사유 없는 탑승 제한은 장애인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의도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려고 탑승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고의성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삼성물산이 이들에게 각 20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또한, 에버랜드 측에는 시각장애인 탑승 제한을 규정한 가이드북 내용을 60일 이내에 바꾸고 이 기간을 넘길 경우 시정될 때까지 하루 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추가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시각 장애라는 이유로 놀이기구 이용을 거부한 행위가 장애인차별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에버랜드가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장추련 측 "장애인 인권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 필요" 지적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명확한 재판부의 판단에 에버랜드가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고 장애인 인권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서두를 뗐다.
그러면서 "그러나 에버랜드 측은 지난 10월 26일 항소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결국 항소장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장추련 측은 "에버랜드는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제한에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3년 동안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에 근거해 갖가지 주장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에버랜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차별하기 위해 제한한 것이 아닌 '위험성'으로 인한 탑승 제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버랜드 측 "차별이 아닌 위험할 수 있어 탑승 제지한 것"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받는 충격의 정도를 계산해 달라'는 골자의 감정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재판부가 직접 에버랜드를 찾아가는 등 에버랜드의 주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입증할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감정 결과 또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확인되며 변론은 종결됐다.
장추련 측은 "현장검증과 감정 결과 등을 통한 재판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에버랜드는 항소하여 다시 무엇을 다투고자 하는지 묻고 싶고, 왜 다투고자 하는지도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 에버랜드는 항소 이유 없이 항소장을 제출하는 모습으로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미 결론이 난 사건에 대해 다른 증거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고집'이라는 것.
항소 이유장 준비 중인 에버랜드…재판 향후 판결 주목
'위험성'을 걱정하는 에버랜드의 주장에 대해 장추련 측은 "이러한 모습은 장애인을 권리를 가진 동등한 주체가 아니라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항소 이유장을 준비 중에 있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탑승 책임을 사업자가 져서 탑승 제한을 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장애인차별법으로 보았을 때는 또 상황이 달라 법이 상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가 항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다시 제2막을 열게 된 재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향후 판결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