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현대카드가 '실적 부진'이란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연봉이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에 웬만한 카드사들이 실적 하락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인데 올해 상반기 당기 순익이 사실상 '반토막'난 현대카드가 정태영 부회장에게 상당한 보수를 줬기 때문.
특히 현대카드는 실적 부진에 따라 인력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태영 부회장의 억대 보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현직 최고경영자 중 보수 가장 많아 올해 상반기에 받은 보수만 22억 5,100만원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총 22억 5,1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받은 보수는 급여 8억 4,400만원, 상여급 6억 3,800만원 등 총 14억 8,200만원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는 여신전문업체 현대커머셜에서 받은 보수도 적지 않다.
그가 현대커머셜에서 올해 상반기 보수로 받은 금액은 7억 6,900만원. 올해 상반기에만 도합 22억 5,100만원을 받은 것이다.
정태영 부회장의 상반기 총보수액은 카드사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등 금융권 현직 최고경영자 중 가장 많다. 올해 상반기 '연봉킹'인 셈이다.
'연봉킹' 배경의 씁쓸한 뒷면현대카드·커머셜 실적 악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보수가 회사 상황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게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현대카드를 비롯해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적으로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카드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728억원) 43.7% 감소한 973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8년 상반기 현대카드 당기순이익은 773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1,308억원)보다 40.9% 하락한 수치다.
현대커머셜의 실적도 밝지만은 않다. 현대커머셜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253억원으로 지난해 지난해 같은 기간 470억원 보다 46.2%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커머셜의 당기순이익은 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2,249억원보다 78.8% 감소했다. 순익이 절반 이상 준 것이다.
그나마 현대캐피탈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현대캐피탈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87억원, 1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25.2%, 14.8% 증가한 수치다.
실적 부진에 인력감축 고심하는 정태영 부회장직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나와
정태영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3곳 중 2곳이 실적 부진으로 허우적 대고 있기 때문일까.
현재 정태영 부회장은 인력감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력 감축 규모는 정태영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과 브랜드 관련 인력을 제외한 현대카드 200명,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에서 각각 10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수치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전체 직원 4,099명 중 9.7%에 해당하는 숫자다.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미 현대카드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는 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측은 "인력 감축은 어쩔 수 없다"며 "아직 구체적인 감축 인원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카드가 조만간 인력 감축 카드를 빼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태영 부회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이는 상황.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정태영의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현재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