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목받는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의 리더십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최근 제일기획이 광고 업계 비수기라 불리는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제일기획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690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1.3%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깜짝 실적에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금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감성 광고로 이름 날리던 '천재 광고 기획자'
유 대표는 샐러리맨 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그는 광고 기획부터 영업, 제작을 두루 거치며 '천재적인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카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KT 'Have a good time' 등이 유 대표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업계에서 매우 뛰어난 광고 전문가로 꼽히던 그는 2004년 제일기획에서 최고의 광고마케팅 전문가만 받는다는 '마스터'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재'가 되면 광고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젊은 층보다 두어 발 앞섰다고.
그 결과 때로는 소비자의 허를 찌르는, 또 때로는 감성을 건드리는 광고를 만들어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 자리 오른 샐러리맨 계 '살아있는 신화'
유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애니콜그룹장, 국내부문 더사우스컴퍼니장, 캠페인 2부문장, 솔루션부문장, 비즈니스 2부문장을 차례로 거쳤다.
그러다 지난해 말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게다가 삼성그룹 내에서 결코 흔치 않다는 '내부 승진자'다.
사장으로 선임된 시점의 나이도 55세로 젊은 편.
그가 광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일기획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지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센트레이드'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 시동
사장 자리에 오른지 이제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까지 '유정근 호'는 순항하고 있다는 평이다.
유 대표는 우선 지난 5월 동유럽 종합 광고대행사 '센트레이드'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에 치중됐던 계열사 매출 비중을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제일기획 관계자는 "센트레이드 인수가 유럽·해외 비즈니스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데이터, 디지털 마케팅, 이커머스 등 분야에 강점이 있는 전문 광고대행사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야근 많기로 소문난 광고업계에서 직원들 '워라밸' 챙기기에 힘쓰는 중
유 대표는 또한 제일기획의 사내 문화 쇄신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제일기획은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야근이 많기로 유명한 광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사례다. 광고업은 과거 근로기준법에도 '특례 업종'으로 분류돼 장시간 근무가 가능했을 정도로 특수했다.
최근에야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광고 업계는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 규정을 적용받게 되는데, 제일기획은 이를 선제 도입해 직원들의 '워라밸'을 챙기기로 했다.
제일기획 직원들은 실제로 지난 9월부터 각자의 해당 월 근무 시간을 계획해 챙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워라밸이 증진되는 한편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제일기획은 직장 어린이집 '아이제일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며, 가족 심리 상담과 워킹맘 간담회 등도 수시로 진행 중이다.
밖으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안으로는 직원들의 복지를 챙기며 내실을 다지는 유정근 대표.
그가 이끄는 제일기획이 올 3분기에 이어 앞으로 쭉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