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러직 처우 개선 위해 유니폼 폐지 결정한 산업은행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KDB산업은행 이동걸 은행장이 유니폼 의무제 폐지, 명칭 개선 등으로 텔러직 행원들의 사기를 북돋게 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영업점 창구를 담당하는 '텔러'(특정직) 직군의 명칭을 개선하고 유니폼 의무 착용 제도를 없앤다.
지난달 24일 열린 2·3분기 노사협의에서 내년부터 텔러 유니폼 폐지 등을 포함한 특정직 처우개선 방안을 노조와 합의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것.
KDB산업은행의 직군은 일반직과 특정직으로 구분되며, 특정직의 경우 550여명 가량으로 대다수가 유니폼 의무 착용 대상인 여성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유니폼 착용으로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텔러직원 약 550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80%가 유니폼 의무착용 폐지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의 제안을 KDB산업은행이 받아들이면서, KDB산업은행의 텔러직들은 내년부터 유니폼을 입지 않게 됐다.
특히, 이번 유니폼 폐지는 소매금융 축소로 역할이 모호해진 텔러직 사기를 올리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대거 채용했던 텔러직 직원에 대한 고민 담아
KDB산업은행은 지난 강만수 전 회장 시절 소매금융 확대 전략에 따라 창구를 담당할 텔러 직군을 대거 채용했다.
그러나 이후 소매금융 강화전략을 없애는 등 방향을 바꾸면서 텔러 직군의 입지가 줄어듦은 물론, 업무영역 한정으로 인한 텔러 승진 누락과 같은 복잡한 과제까지 발생했다.
이에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텔러 직군의 처우를 개선, 사기를 증진하려는 고민을 고스란히 노사 합의에 담아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인 취지는 직원의 자율성 보장"이라며 폐지 이후에도 유니폼 착용을 금지하지는 않을 계획임을 알렸다.
국책은행 처음으로 유니폼 폐지하며 계획했던 혁신 점차 드러내
사실 은행권에서의 유니폼 폐지는 KB국민은행이 처음 실행했지만, 국책은행 중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처음이다.
고객들로서는 영업점 창구직원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대부분 낮은 직급의 여직원만 유니폼을 의무 착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복장 자율화가 보편화한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KDB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에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9월부터 공공기관장 워크숍의 후속 조치로 'KDB산업은행 혁신계획'을 세우고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불필요한 일 버리기', '업무 프로세스 개선', '성희롱 예방 관련 제도' 등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변화를 기획했다.
이달부터는 매주 금요일 정장 대신 청바지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는 '캐주얼 데이'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조직문화의 변화관리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이번 '유니폼 폐지'는 유연한 근무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릴 방안이라 분석된다.
또한, 올해 안에 특정직 직군의 명칭도 개선하기로 했다. '텔러'라는 특정직 직군의 명칭이 일반직과 차별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
명칭변경, 승진 확대 등 특정직 관련 많은 노력 기울일 예정
아직 개선할 명칭을 정하진 않았지만, 사내의견 수렴을 통해 적당한 이름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은 앞으로 특정직의 여비 지급 기준을 개선하고 부점장·팀장 직위 연수 시에 특정직에 대한 이해 교육을 실시한다.
더불어 특정직 책임자 배치의 점진적 확대와 승진 인원 확대에도 노력하기로 합의하며 노사 간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과감히 '메스'를 든 이동걸 은행장의 KDB산업은행이 보여줄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